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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레이 달리오) - 한빛비즈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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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면 매달 입금되는 월급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이기도 하고 무언가 해볼 수 있겠다는 열정을 만들어주는 그 무언가 이다. 문화는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은 또 문화를 만든다. 기업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탔다면 그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노를 저을 때 비로소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한동안은 '리더십'이라고 하며 커다란 배의 조타석을 쥐고 있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모듈화 그리고 미니멀 라이즈 되어가는 기업에게 강력한 한 명의 리더를 대신해서 모든 사람을 한쪽 방향으로 이끌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많은 배들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게 만든다는 것. 그것을 기업의 '가치관' 혹은 '비전'이라고 했다.

  '원칙'은 미국 최대의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의 기업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자신이 살아온 원칙이기도 하고 그것이 투영된 브릿지워터의 가치관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굉장히 친절했지만 단호했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원칙은 실패를 통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선하여 진화하는 원칙을 만들어 냈다. 자연의 법칙 중에 멈추지 않는 것 또한 원칙이라는 그의 말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하려고 했던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히틀러'다. 그도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누군가는 자신을 독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까지 얘기했다. 지금의 세대들의 가치관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조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히틀러식 생각이지만 아주 투명하고 개방적인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다. 히틀러 자체의 신념과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그가 만들고자 했던 이상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도 있듯이 '원칙'의 내용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단호함, 냉점 함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은 민주적인 조직은 아니다. 오히려 왕권 국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너 경영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수많은 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리더의 의지와 가치관에 의지를 할 수밖에 없다. 직원은 회사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스스로 이탈할 수 있고 회사도 회사의 가치관을 어지럽히는 직원을 강제로 이탈시킬 수 있다. 기업은 기업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원칙은 '법'과 같은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굉장한 반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칙'이 없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직원은 자신의 가치관을 추구하며 회사는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사람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업무에 일관성이 없어 효율도 떨어진다. 회사 정치가 난무하고 사내 권력 다툼으로 회사는 기울어지고 만다. 이것은 회사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명확한 '가치'와 '원칙'은 회사와 나의 가치를 정렬해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견고한 조직이 되기 위한 초석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은 굉장히 명확해야 하고 문서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실수나 실패를 통해서 잘못된 항목은 위원회를 통해서 개선되어야 한다. 모든 업무는 개방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거짓과 은폐에 대해서는 조직에서 내쫓을 만큼 엄격해야 하며 실패와 이슈를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모든 실패는 철저하게 분석해서 해결해 내야 한다. 작은 갈등도 그냥 넘기지 않고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

  이 책의 주요함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추상적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의 냉정함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결정이 된다. 신뢰도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얼마나 많이 해결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그의 발언권은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영향력을 미친다. 더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더 높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가치관이 다르거나 능력이 떨어지면 조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대신에 조직과 맞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족 이상의 연대를 제안한다. 조직을 위해서 단호함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대신에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 2분 동안 반박하지 못하게 하는 회의 방식. 실패보다 은폐를 더 심하게 질책하는 문화. 실패는 끊임없이 추궁해서 자신의 '원칙'을 발전시키는 모델 등 회사가 가지면 좋을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심리 검사를 해서 자신만의 성향표를 만들어 어떤 성향인지를 야구 카드처럼 지참해서 상대의 어떤 성향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점도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그리고 성향에 맞는 직무 배체는 정말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치관이 다르고 능력이 없거나 교육 후에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라던지 직원은 갱생시키려는 작업에 자금을 쏟아붓지 말라는 얘기를 할 때에는 사회의 냉정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인성에 나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배제시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를 찾고 분석하고 개선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던 레이 달리오의 솔직한 경영 이념이 녹아 있는 책이었다. 직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굉장히 잔인한 책일 수도 있지만 서로 맞지 않은 가치관을 가진 기업과 직원이 함께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확실하게 해주는 점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던 책이었다. 큰 기업은 작은 기업처럼 경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공감했다. 

  불편하게 읽힐 수 도 있지만 그럴 필요 없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냉정하지 못하면 기업은 쓰러진다. 수천 명의 숟가락에 책임이 있는 리더라면 이런 '원칙'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정도라고 생각이 든다. 미화시키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적지 않고 직설적으로 적혀 있기 때문에 아픈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다시 사람들을 리딩해야 하는 위치에 간다면 이 책을 끼고 볼 정도로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솔직하고 유용한 경영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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