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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지옥 (아사히 신문 경제부) - 율리시즈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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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한국의 예상 출산율은 0.68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연금 문제는 매번 쟁점이 되는 것들 중에 하나다.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한 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존 리의 '엄마 주식 사주세요'라는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의 사교육에 올인하지 말고 부모의 노후를 위한 자금을 모아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과열된 교육 경쟁 속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도 능력 밖의 투자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우리의 노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다. 아사히 신문 경제부가 2014 ~ 2015년 간 인터뷰를 진행하며 일본 하류 노인 사회의 처참함을 알린 책이다. 아름다운 노년이 아니라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제대로 된 요양 시설에 머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긴 대기와 함께 생각보다 높은 허들이 있다. 게다가 높은 비용은 많은 노인들을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한다. 조금 저렴한 사설 요양원의 경우는 암울하다. 4-5명이 생활하는 곳에 10명이 넘는 노인들이 생활한다. 게다가 남녀 구분도 없이 마구잡이로 섞여 지낸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지만 살기 위해서 노인도 가족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놓이게 된 것이다.

  '간병 실직'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가 나이 들어 아파 간병을 하다 보면 자식도 자연스레 실직을 할 수밖에 없다. 노인의 문제는 노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80 ~ 90 세로 이어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의 부양해야 하는 자식 또한 60대의 노년의 삶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궁핍함은 어느 한쪽이 부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금이 많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병에 걸리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매달 받는 연금으로는 치료비와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돈이 있다고 해도 문제다. 애틋한 자녀가 없다면 자산을 관리해줄 사람을 선임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치매가 걸린 노인에게 통장에게 돈은 있지만 의료비를 지급할 수 없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인지장애를 가진 이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열악한 돌봄 환경은 전문 요양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 또한 매년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지원자만큼 현장의 요양사의 노동의 강도는 엄청나다. 젊은이들의 유입은 늘지 않고 있고 결국 노인이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에 더불어 사회시설의 비리와 낙하산 인사는 더 많은 부작용을 가진다. 현장의 처우에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행동하면서 현장은 더욱더 참담해진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어 지옥으로 불릴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의료보험비나 연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생겨나고 그런 사람은 다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고독사로 죽는 노인의 인구는 연간 6000천 명이 이른다고 한다. 자식이 있어도 없어도 모두 처참한 삶을 사는 노인들이 많다.

  지금을 살아내기 바쁜 나는 60대 이후의 삶을 생각할 겨를이 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생겨나는 오싹함에 두려웠다. 아이들을 키운다고 저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서 대학교까지 길러낸다면 나의 노후는 어떨까? 나는 몇 세까지 경제생활이 가능할까? 나이가 들어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하지 않을까? 건강에도 더 많이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나만 잘 살아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삶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은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선가 끊어내야 한다. 지금 당장 나의 당연한 행복이 나중에도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뭘 해야 하고 우린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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