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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김광기)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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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당신이 다수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언제나 잠시 멈추어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군중의 열기와 선전 속에서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면서 이방인이길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얘기가 아닐까 싶었다. 먼 존재로 각인되어 있는 이방인. 고립되어 있는 사회에 무턱대고 나타난 사람들만이 꼭 이방인일까 라는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방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떠난다. 결국은 사회는 이방인들의 만남으로 이뤄져 있다. 그 만남의 시간이 길고 짧음만으로 이방인을 구분 짓고 있다.

  이방인의 반대되는 의미로 토박이가 있다. 토박이는 자연적 태도에 절어 있는 상태다. 자연적인 태도는 안전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에 동화되어 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것과도 같다. 익명성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그것은 '의심하지 말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우리 몸에 습관이 되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의심을 더 빨리 사라지게 하고 의심이 끼어들 여지를 차단해 버린다. 담배 피우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는 그 의심을 접어두게 된다.

  이방인은 호기심의 사람이고 모험의 사람이다. 변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신체와 정신 모두가 역동적인 사람이다. 얻어터지고 깨어지더라도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이방인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신념의 가축 상태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낯섦을 마주해야 한다. 

  영어의 Person은 페르소나에서 나왔다. 즉 인간은 가면인 셈이다. 수많은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아버지이며, 가장이며, 남편이며, 누구의 친구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회적 역할에서 나오는 가면들 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역할을 편하게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많은 철학자는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했는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역할 놀이만 하다가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혼자됨을 나타내지만 다른 의미가 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은 "홀로 있음의 고통", 고독은 "홀로 있음의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토박이에게 혼자됨은 외로움일 테고 이방인에게 혼자됨은 고독일 것이다. 이방인에게 홀로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거나 회피하고픈 것이 아닌 반드시 있어야만 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때가 있다.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행동이다. 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자신의 행동을 그곳에 억지로 맞추다 보니 어색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어서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보면 그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조롱받거나 핍박받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이끌었던 천재들은 모두 괴짜였다. 그들은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이방인들이었다. 모두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하던 시절에도 생명은 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던 시절에도 의심을 품고 이방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꿨다.

  익숙한 세계에 몸을 던진 채 흘러가듯 살아갈 것인지 들판에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낯선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속의 이방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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