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릴레오 북 시즌2의 마지막 책은 브라이언 그린의 '앤드 오브 그린'이었다. 칼 세이건의 뒤를 잇는 최고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고 칭송받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자 몇 달째 장바구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책이다. 굉장히 심도 있으면서도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책이지만 김상욱 교수의 빛과 같은 설명으로 너무 재밌게 보았다.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한 개념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이다. 열역학 제2법칙인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무질서의 총량은 증가한다는 이 개념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지식이기도 하거니와 과학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미시적으로는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큐브를 들어 다 맞은 상태를 질서라고 하면 한번 헝클어뜨릴 때마다 무질서의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우연으로 다시 질서 상태로 갈 수 있지만 이것은 무한소에 가까운 확률이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는 감상욱 교수의 강의가 너무 좋았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라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교수가 있다면 공부를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리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물리학이 차가워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물리학은 증명되지 않거나 정의되지 못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인간의 감정이나 지각과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시간이라는 것도 인간의 기억에 의해 생겨난 인지의 문제지 물리학적으로는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이 물리학을 하기 어려운 이유라고도 했다. 인간의 감정과 인지로 인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과학이 흘러간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 같아 만들어진 천동설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중력에 관한 의문도 풀렸다. 과학관 같은데 가면 중력과 뒤틀어진 차원에 대한 모형들이 있는데 동전을 굴리면 항상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가는데 왜 지구와 달은 그리고 인공위성들은 계속 돌고 있을까? 했었는데 사실 그것은 돌고 있으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추락하는 공간 안에서는 중력을 느낄 수 없다는 그것이 진실이다. 인공위성도 달도 지구도 모두 떨어지고 있다. 우주에서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지구에서 태양의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모두 우리는 지금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다시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일까?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로 말이다.
시작을 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물에서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가 되는 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상전이가 일어나기 전에는 다른 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 물만 보고 얼음을 상상할 수 없듯 우리가 빅뱅 이전의 상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물론 우주의 종말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생명의 시작에 대해서도 아직 알 수 없다. 자기 복제를 할 수 있었던 첫 번째의 단백질을 찾아내는 것은 판도라 상자의 열쇠 같은 것이다.
책에 대해서 많이 다루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생겨난 의문에 대해서 혹은 생각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것이 좋았다. 물리학의 맛은 모르겠지만 향 정도는 맡을 수 있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유시민 작가와 물리학적 단호함이 있었던 김상욱 교수의 대화는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별의 탄생과 죽음이 인간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는 유시민 작가. 그것은 에너지의 형태의 변환일 뿐이라는 김상욱 교수.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어도 이렇게 멋진 대화가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주의 모든 것은 빅뱅 때 만들어진 것들로 이뤄져 있다. 인간을 이루는 모든 것은 별에서 왔다. 인간은 '초신성의 자식'들이다. 너무 멋진 책과 함께 너무 멋진 북토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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