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감상평)/북토크

(알릴레오북스, 48, 49회) 이기적 유전자 (전중환 교수)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7. 19:11
반응형

  잊을만할 때마다 돌풍을 일으키는 리처드 도킨스 교수의 <이기적 유전자>가 40주년을 맞아 리커버판이 나온지도 만 3년이 훌쩍 지났다. 과학 서적 베스트셀러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최장기 초특급 스태디 셀러인 이 책을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교수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다.

  리처드 도킨스은 제목에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 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 책의 영향력은 컸다. 하지만 게스트로 나온 전중환 교수는 이런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이 책은 <이타적 유전자>라고 제목을 했더라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철학자들은 unselfish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the selfish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목에서부터 강력한 저항감이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전중환 교수는 유전자는 그저 하나의 매체에 불가하다고 얘기했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을 가장 작은 단위라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 유전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개체는 유전자에 의해 이뤄졌지만 개체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로 이뤄진 나(개체)는 결국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고 또한 임시적인 것이다. 유전자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기억의 집합이다. 추우면 몸을 떨게 하거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어 열을 유지한다거나 날아오는 물건을 피하는 행동 등이 그렇다. 모든 생물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하나로부터 출발했다. 지구 상의 대부분의 생물들은 같은 물질로 이뤄져 있다. 그야 그럴 것이 같은 우주에서 생겨나 서로 다른 모양이 되었을 뿐이다. 우리가 가진 유전자는 유인원이 가지고 있고 파충류가 가지고 있다. 심지어 식물조차도 가지고 있다. 유전자는 생존의 중요한 정보 조각인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오해를 받는 것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많이 악용되어서이기도 하다. 이 다위니즘은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사용되고 생물진화론은 곧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서 사회진화론이 되었다. 이 이론은 인종차별주의, 파시즘, 나치즘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약육강식 논리에도 적용되었다. 

  이 책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숙명론 같은 것이 아니다. 유전자는 자기의 형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일을 할 뿐 그것이 개체의 도덕적 행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인간은 유전자에 대항하는 개체이기도 하다. 번식을 거부하고 약자에 측은지심을 느낀다.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보통의 자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문가, 진화생물학을 배우려는 사람 그리고 일반인들 모두 읽을 수 있도록 적혀 있다고 했다. 완벽히 그 맛을 알려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일반인이라고 해도 흥미를 느낄만한 부분이 많아서 어렵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했다. 

  아직 이 책을 펴보지는 않았지만 세 명의 패널의 설명을 들으니 책을 어떤 방향으로 읽어 나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많이 기대가 된다. 유전자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세상에 유일한 나이고, 태어나지 못하고 죽지 못한 수 억이 넘는 개체가 아닌 태어나고 죽는 기막히게 운 좋은 개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유전자에 또 다른 정보를 기록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