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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북 54, 55회)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김봉중 교수, 허진모 작가)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1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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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영웅이 나타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것일까? 난세에 영웅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영웅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만큼의 상황에 부딪치면 나도 모르게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늘 양면이 있어서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생기듯 탁월한 리더는 어려운 시기에 빛을 낸다. 

  미국의 혼돈의 시기를 탁월한 리더십으로 건넜던 4명의 대통령을 소개하는 이 책은 미국 역사를 공부하시는 김봉중 교수와 허진모라는 필명으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정경훈 PD와 함께 했다.

  이 책이 다루는 미국 대통령은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 이렇게 4명이다. 저자는 미국 역사를 집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람이며 실제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에서 수행원을 지내기도 했다. 위대한 역사는 훌륭한 문학이라고 토인비가 말했듯이 이들 대통령의 삶 또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나라가 무너질 뻔한 남북전쟁이다. 두 번째는 대 공황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치르면서도 완벽한 미국을 만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며 노예제도를 폐기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흙수저로 태어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어가는 슬픔이 가득했지만 링컨은 자신의 철학을 정치에 녹여냈다. 노예 제도를 의회에서 풀지 않고 바로 전쟁을 위한 징집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노예 제도를 풀어 버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 시절에 오직 국민의 삶을 바라보는 철학 그리고 과감한 실행력으로 미국을 경제 공황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것이 '뉴딜 정책'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을 제대로 치러내며 미국의 세계 질서에 관여하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이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문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돈이 흐르지 않는 시장 상황에서 은행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우량 은행을 골라내고 중앙은행에서 지원하여 돈을 흐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데올로기가 없는 정치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의해서 행동했다. 그것이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정부의 개입이라는 경제 정책을 쓸 수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의 최악의 석탄 파업을 해결한 대통령이다.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민간의 일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었지만 회사와 노조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겨울에 얼어 죽을 지경이 되자 법 조항과 판례를 모두 뒤져서 과감하게 개입한다. 하지만 칼을 보여줬을 뿐 휘두르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받는 대통령이지만 연방 민간 법을 통과시키며 링컨이 노예제도를 폐기한 지 100년 만에 제대로 된 법을 통과시켰다. 우리에게는 낯선 대통령이지만 미국 내정만 따져 본다면 미국 대통령 랭킹 11위를 하고 있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워크홀릭으로 유명하고 다른 대통령처럼 천재적 탁월함이 아닌 노력으로 이뤄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이 학습하지 못한 전쟁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위기 상황에 영웅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시대를 잘못 만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하거나 때로는 평가절하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나라가 조금 주춤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잘못된 리더를 보게 되면 다시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영원히 잘못되지는 않는 건은 위안을 삼을 만 하다.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가 있었다. 소개된 대통령들은 대부분 미국 헌법에 기재된 가치에 집중했다.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데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높은 이상, 뚜렷한 가치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치와 철학이 확고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유연해질 수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권한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실행력이 필요하다. 소개된 4명의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조금은 비열해 보이기도 조금은 강압적이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했기 때문에 후대에 이렇게 존경받는 게 아닐까 한다.

  대선 정국이나 선거는 어쩔 수 없이 진영 논리로 싸울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생기는 '확증 편향'은 어쩔 수 없다. 찍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무슨 소리가 귀에 들릴까. 하지만 서로 죽이려고 달려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흠이 있기 마련이다. 그 흠의 크기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양심과 법에 의해 처리하면 될 것이다. 그것보다 자신이 가진 신념, 가치를 얘기하고 그것을 바탕에 둔 공약,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는 자리가 많으면 좋겠다. 

  연신 나라가 위기라고 떠들어대지만 6.25 전쟁 이후 폐허에서도 발전했고, 독재 시대의 막도 내렸다. IMF도 견뎌냈고 코로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정리가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처럼 눈부신 경제 발전과 문화 발전도 이뤄냈고 생각보다 꽤 괜찮은 민주주의 시스템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책에서 소개된 4명의 대통령처럼 헌법에 바탕한 자신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신념을 가진 대통령들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지역을 나누지 않고 세대를 쪼개지 않고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문제를 보고 풀려고만 하는 리더의 탄생을 몇 대의 대통령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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