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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북 37, 38회) 유한계급론 (이주희 교수, 오찬호 작가)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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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계급론은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읽지 못하는 도서였는데 이번 주말에 알릴레오 북스 37, 38회를 보면서 베블린 교수의 심하게 뒤틀린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유한계급론은 한계가 있는 계급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한계급론은 있을 '유' 한가할 '한'로 한가로움이 있는 계급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였다. 여기서 한가로움이란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 제목은 '레저 클래스(Leisure Class)' 다.

  유한계급은 미개한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사유재산이 생기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야만적 사회를 이끈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약탈을 일삼았다. 야만적 사회를 이끌었던 왕족과 귀족들이 바로 유한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천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오직 약탈로 부과 권력을 가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 문화는 DNA에 박혀서 지금의 인류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유한계급이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인 바로 과시적 소비다. 재산이 많다는 것은 오늘날 도덕적 평가까지 함께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수성가하여 돈을 모은 사람에게는 졸부라고 비하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 대대로 부를 물려받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집안이라는 평가를 해준다. 재산이 많다고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과시적 소비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소비를 한다. 움직이기 불편한 정도의 복장들을 한 유럽의 귀족들의 초상화를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된다. 이런 소비는 아름다운 것이 비싸다는 인식을 비싼 것이 아름다운 것일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상류 사회인 것처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예법은 그것이 마치 존경받아 마땅해야 할 것으로 만들고 예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음 미천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런 것들은 약탈로 인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계층에서 일어났으며 그들의 노동에 대한 면제는 헤게모니로 이어진다. 그들은 정치와 같은 비생산적이면서 명예로운 일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들은 그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보수적이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할 때에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으로 오는 영향에 받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기 때문이다. 혁명은 천한 것으로 여기고 사회를 붕괴시키는 것으로 끊임없이 세뇌시키려 든다. 그들의 행동은 마땅히 따라야 할 것으로 인지된다.

  이것은 가난한 자들이 보수주의에 빠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진보와 혁명은 단기적으로는 불편한 것이다. 빅 피쳐를 그리며 나아가는 혁명과 혁신은 단기적인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반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념과 신념으로 움직이는 진보가 가로막히는 부분이다. 

  베블린은 120년 전에 이 책을 썼지만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지독하게 중립적인 입장으로 관찰한다. 그의 유한계급론은 주류 경제학자를 비꼬는 듯 하지만 그저 사회적 현상을 기술하고 있다. 소비를 행복이라고 얘기하는 주류 경제학의 근간을 흔들며 행복은 남보다 더 많은 소비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긴 역사 속에 DNA에 스며든 야만적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이제 겨우 탈출하고 있는 시점에도 야만적인 행동양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도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베블린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가격이 비싸질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베블렌 효과 등에서 이미 익숙한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소비. 보수 정권이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어도 밑바닥에 변화가 없다면 그대로 지지하고 있는 가난한 보수주의자. 변화는 사회 붕괴라며 연일 쏟아내는 기득권 언론들. 지금의 시대에도 베블린이 말한 유한계급에 의한 현상은 지배적이다. 

  내가 명품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비싼 차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능력에 맞지 않는 여가를 즐기지 못하더라도 자존감을 잃지 말자. 나의 생각에 맞춰 행복을 즐기는 방법을 찾자.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무리하게 쫓든 많은 것들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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