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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북 8, 9회) 진보와 빈곤 (전강수 교수)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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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릴레오 북 8, 9회는 19세기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다뤘다. 경제학 고전이면서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읽히고 있는 두 저서는 '유한계급론'과 '진보와 빈곤'이다. 헨리 조지의 이 저서는 톨스토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가르침을 잘 알게 되면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경제서이면서도 철학서와 같고 실용서이면서도 유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책이다. 예수가 사람을 사랑하라고 했듯 조지 헨리는 가난한 자를 구하기 위해서 과학적 경제 모델을 만들고자 한 사람이었다. 실제 그는 어느 길에서 마주한 풍경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했고 결과가 어떠했던 그것에 닿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고 했다. 그의 책은 경제학자들보다 가톨릭에서 더 많이 읽혔으며 크리스천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학자보다는 성자의 풍모가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된다.

  여기서 말하는 '진보'는 정치적 단어가 아니다. '인류는 눈부시게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가?'의 질문을 가지고 그 답을 '토지'에서 답을 찾고 있다. 어려서부터 불우한 삶을 살았고 수십 가지의 일을 했던 그가 출판사에 몸을 담고, 우연히 농부와 대화를 나눈 뒤 얻는 '토지'에 대한 물음은 기존의 경제이론을 파괴하려는 그의 몸부림으로 이어졌다.

  경제에서 3대 생산 요소는 노동, 토지, 자본이다. 헨리 조지는 여기서 토지를 주목했다. 아무런 생산적은 활동을 하지 않는 토지는 기하급수적으로 그 가치가 높아져왔다. 노동과 자본이 투자한 씨앗의 과실을 토지가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는 생산의 산물이 아니라 원래 자연에서 온 것일 뿐인데 토지에서 수익이 나온다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토지세'를 주장한다.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가치는 공적 자본으로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토지는 임대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고 토지에서 가치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발생할 수 없을 것이다. 토지는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 의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토지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며, 역사의 초기 야만적인 누군가가 소유권을 주장하던 것이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이라는 거다. 토지로 흡수되는 부는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예로 역사 속의 많은 나라들이 멸망한 이유를 토지의 불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토지에서 최선을 다해서 생산하던 자연농의 시대의 원동력은 토지의 약탈로 인한 불균형이 발생하면 결국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후 '농지개혁법'을 만들어 유상 매상과 유상 분배를 원칙으로 1가구당 3 정보 정도를 소유하도록 하여 지주와 소작인들 간의 계급갈등을 해소하였다. 이것은 급속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발전 속에서도 부의 불균형을 방지해준 효과도 있었다. 토지개혁으로 조그만 땅이라고 가지게 된 수많은 농민들은 자발적 중노동과 창의력 그로부터 나온 말릴 수 없는 교육열로 이어졌고 결국 오늘날 대한민국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헨리 조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위협감을 느꼈고 이를 위해서 존 클라크에게 헨리 조지의 이론을 깨부수는 이론을 만들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존 클라크는 헨리 조지의 핵심인 '토지'를 '자본'에 귀속시킴으로써 헨리 조지 지우기에 성공하고 그는 '한계생산성 이론'을 만들었다.

  이번 북 토크를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꽤나 멋스럽게 얘기하는 경제학이라는 것이 사실 별거 없다는 것이었다. 경제학 '고전학파'로 불리는 맬서스나 애덤 스미스 혹은 마르크스 등에서 고민하던 '분배'에 대해 여전히 주된 이론도 없고 아예 다루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경제공황이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헨리 조지를 따르는 조지스트 경제학자들은 분배에 관심을 가지고 '토지'로 인한 경제 공황을 예측하기도 했다. 한 유명한 경제학자는 이 시대의 경제학은 '19세기의 의학'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부동산으로 불평등이 심각한 지금의 시대에 모두가 사람처럼 살게 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출발한 경제학 이론인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것이 조금 어렵다면 '사회문제의 경제학'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부동산으로 벼락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인류애를 가진 마음이 공존하는 우리의 마음의 저울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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