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므레모사 (김초엽) - 현대문학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12. 21:41
반응형

    비극의 땅 이르슐의 한 도시 므레모사. 그곳에 닿은 비극을 체험하기 위해 떠나는 첫 번째 다크투어. 여행에 참여한 다섯 명의 방문객들의 소란스러움과 함께 이 작품은 시작된다. 오랜 시간 구조의 손길도 거부한 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므레모사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가져다주었고 방문객들은 자신들도 모른 채 므레모사의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므레모사는 김초엽 작가의 스타일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동안의 작품이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에서 희망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면 이 므레모사는 김초엽 마니아를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초엽 작가의 작품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고 이번 작품은 호러에 가까운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던지는 진한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희망을 찾는 재미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었던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주요했다. 아무런 이해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장애를 겪는 주인공이 죽음의 마을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동화되어버리는 비극적인 작품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극을 찾는 사람들이 더 비극적인 장소에 빠져들어 좀비화 되어가는 모습. 탈출에 성공했을 것 같았던 주인공 유안의 갑작스러운 돌변 등은 비극적인 작품의 클리셰이기도 했다.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비극에서 비극으로 끝나는 므레모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우선 주인공 유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유안은 한쪽 다리를 의족에 의지하고 있다. 그는 일체형 의족을 착용할 수 있음에도 불편하지만 착탈식 의족을 사용했다. 작품에서는 환지 감각이라고 했지만 쉽게 얘기하자면 기구와 동화되지 못한 채 느껴지는 이물감 때문이었다. 유안은 의족을 떼고 있는 깊고 고요한 밤에 비로소 자신임을 느낄 수 있었다.

  유안이 므레모사를 찾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처럼 비극적인 모습을 보려고, 다크투어를 즐기려는 것은 아니었다. 므레모사의 귀환자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든 지원과 치료를 거부하며 그들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려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작가는 <결핍을 가진 자의 정체성> 혹은 <소수자의 존재의 의미> 등을 얘기하기 위해 유안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조 기구를 내 몸처럼 받아들이는 장애인과 여전히 이물감과 감추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장애인 사이의 갭을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이었다.

  작품은 절정까지는 그야말로 디스토피아를 넘어 호러 몰에 가까운 전개를 보이지만 진정한 귀환자의 모습을 본 유안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소수자들의 삶에 대한 공감 혹은 그들의 동경을 엿볼 수 있었다. 움직이는 것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추앙한다는 구절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대신에 표현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끔찍한 사고로 고목나무 같은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 므레모사. 그곳은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디스토피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의 삶은 끔찍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추앙하는 모습의 유토피아와 같았다. 방문객이 바라보는 '므레모사', 귀환자들이 살아가는 '므레모사'는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였고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였다. 유안이 마지막에 귀환자에게 했을 듯 한 '선망한다'의 말은 장애인이 살아가는 삶이 소수자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가 되어 보고 싶은 기대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안을 끝까지 고민하게 만든 것은 결핍된 이들의 정체성의 문제와 닿아 있고 비극적인 곳에서 발견한 므레모사는 장애인이나 소수자가 한 번쯤은 꿈꾸는 유토피아와 같았을 것이다. 모두를 위한 유토피아 대신 정말 소외받은 사람들만의 유토피아를 그려낸 이번 작품은 장애인 혹은 소수자의 입장에서 읽어 가본다면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와 공진하며 읽으면 분명 디스토피아에서도 유토피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