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 이봄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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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살 사춘기에 접어들만한 나이인 안나. 그녀의 아빠도 오빠도 우주를 참 좋아한다. 특히 오빠는 대학교에서 마저도 우주를 알아가기 위한 공부를 한다. 오빠의 우주 사랑은 참 유별나다. 잔잔한 호수 같이 한결같은 오빠가 유별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하다. 

  사춘기 소녀를 우주 이야기로 위로하는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는 이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평범한 소녀의 심리를 다루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평온했다. 자칫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문이나 이질감을 느낄만한 곳은 없었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고민이었으니까. 그런 평범하고 편안함이 좋았다. 엉뚱하게 의문을 품고 쉽게 수긍하기도 하는 그 심리가 귀엽기도 했다.

  우주에 비하면서 지구는 혹은 인간은 너무 미약한 존재라는 논리로 동생을 위로하는 오빠지만 꽤나 설득력 있다. 사실 설득력이 있다기보다는 무심해 보이지만 다정한 츤데레 같은 오빠의 말은 그냥 받아 드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실 오빠에 대해 의문점이 많아 보이지만 안나도 그런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지구를 향하는 소행성이 무려 800개에 다다르는데 오늘 하루도 무사한 것은 운이 좋다는 거라는 말도 안 되지만 위로되는 말이 좋았다.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며 오늘은 갈릴레이가 토성의 띠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편지를 적은 날이야 라고 말하는 진지하면서도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 고기를 못 먹어 굶다시피 한 동생을 위해 바나나를 부엌에서 가져와 나누는 모습. 고민을 많은 안나를 데리고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여주는 모습. 그런 오빠는 우주를 사랑하는 만큼 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고 우주에 관심을 가졌듯 동생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평범했지만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그 시절의 감각을 펼쳐 놓은 듯했다. 평범한 학교 생활, 짝사랑, 부모님의 잔소리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빨리 자라고 싶었던 마음까지도. 14살 소녀의 솔직하고 촘촘하게 이어진 일상에서 추억과 함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른은 어쩌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
자기도 모르게 어른이라고 불리기 시작해서 다들 꽤 놀라지 않았을까?

라고 얘기하는 아빠의 말에 십분 공감하면서, 어느새 아저씨가 된 나는 할아버지로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추억 반 그리고 애들이 14세가 되면 이런 느낌을 받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마스다 미리 특유의 잔잔함과 조금은 엉뚱함이 있어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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