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장르의 확장은 얼마나 더 이뤄질 수 있을까? 이 탐정물은 사건을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동화와 연결 지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처럼 되어 있기도 하다. 동화 속에는 범죄가 있고 빨간 모자는 범죄를 해결하며 자신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힘 없이 당하기만 했던 슬픈 아이들이 야망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만든 이 소설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정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여움의 빨간 모자가 탐정이 되어 여행 중에 많은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마저도 귀엽다. 내용도 그렇게 귀여울까? 신데렐라와 헨델과 그레텔은 살인마였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사는 왕국은 비밀들을 간직한 사람들의 나라였고 성냥을 태우며 추위에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는 야망 있는 아이였다.
잔혹 동화를 아이들의 정서로 미화시킨 작품들은 많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장화홍련전>도 잔혹했던 <백설공주>도 그런 동화 중에 하나다. 이 작품은 그 과정을 거꾸로 했다. 매 장 배경이 바뀌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탐정물로 설정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끊김은 없다. 동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허술함이 있을 거란 너그러움으로 보았지만 사건으로 전개도 무난했고 의문이 드는 점은 없었다. 동화를 완벽하게 추리 소설로 탈바꿈하였다.
소재가 신선했고 동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가 각색해 내는 부분이 신선했다. 그 소재가 유쾌한 소재는 아니지만 동화가 겹치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빨간 모자의 추리력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악당으로 등장한 마지막의 성냥팔이 소녀는 슬프게 죽어간 아이에게 플렉스(flex)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 주어서 그 나름 동정의 마음이 간 것도 사실이다.
범죄의 잔혹함을 비판하며 읽어야 하는데 동화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마음속에 밟혀 측은해지는 면이 계속 생겼다. 이것이 범죄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 문제로 발전할까? 아니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에 다가가는 것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고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내가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는 마음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느껴져서 참 묘한 기분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과 범죄에 동행하기도 하고 그 범죄를 풀어가기도 하는 재미를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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