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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돈의 정체 (이병욱) - 에어콘출판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2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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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들이 양적 완화를 시작했고 주식과 코인은 폭등했다.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거지가 된다는 벼락 거지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되었고 SNS에서는 슈퍼개미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까지 나와서 자신의 노하우를 얘기하는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띈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금융 문맹>이었다. 우리는 돈을 버는데만 관심이 있지 돈을 굴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야 하며, 이것을 알게 되면 돈을 굴리는 사람들을 욕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에어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불쉿 잡으로 분류된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으면서 엄청난 부를 가져가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엔 그들은 멋있게 말해서 투자이지만 속된 말로 이자놀이 정도로 것 밖에 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이 굴러가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치밀하게 동작하고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신용창조>만 보더라도 신용을 담보로 없던 돈까지 불려서 굴리는 금융 정책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MMT(Modern Monetary Theory)로 불리는 현대 통화 이론은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를 종용하고 있다. 결국 세수를 조절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기축 통화의 불편한 진실도 얘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자신의 통화인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애석하게도 아직 2%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나라의 된 바탕에도 기축 통화가 있다. 미국은 세계 1, 2차 세계 대전 덕택으로 최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미국만은 모든 생산 시설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 각종 금융 기구들이 미국에 몰려 있기도 했다. 미국은 당시 세계 GDP의 40%를 차지할 만큼 막강했었다. 미국은 달러의 기축 통화를 위해서 많은 작업을 했으며 그중에서도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기로 한 것은 대단한 전략이었다.

  기축통화는 왜 불편할까? 그것은 그들이 아무리 통화를 늘려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것이다. 달러를 필요로 하는 중진, 후진국들이 그 위험을 같이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고통을 다른 나라들이 함께 나눠지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기축통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아베노믹스'라고 해서 엔화를 무진장 찍어내고 있다. GDP의 200%과 훌쩍 넘어버린 나랏빚에서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마불사라고 했던가? 세계 경제의 민폐국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리고 가상 자산과 NFT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공감하며 읽었다. 블록체인은 기술로서 유용성은 있으나 그들이 만들어낸 자산의 가치를 가질지에 대해서는 나 또한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인이라고 얘기하는 것들 중에는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이라고 광고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최근에 유행을 타고 있는 NFT(Non-Fungible Token)의 경우에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토큰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직까지는 직접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원작자가 인증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중앙 집권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스템들이지만 중앙 집권적인 시스템을 필요하다는 모순이 아직은 남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종이돈처럼 국가에서 법적으로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을 가진 말은 돈은 '버는' 것이지 '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돈과 금융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떻게 재테크를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주식이나 코인에 돈을 넣고 올라라고 기도하는 것은 도박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 책으로 돈과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돕는 1권이었다. 초반에 돈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해서 앞서 읽은 <금융 오디세이>와 많이 겹쳐 그런 부류의 책인 줄 알았지만 본격적인 경제학 서적이었다. 필요한 용어와 설명을 담백하게 설명하고 사건을 덧붙여 주었다. 셈을 하는 부분은 조금 집중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냥 넘겨 읽어도 될 듯했다. 돈의 정체를 안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신문을 보며 고개를 그뜩 일 정도의 지식은 쌓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금융상품의 실체와 투자의 세계에 관한 책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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