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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금융 오디세이(차현진) - 메디치미디어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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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세이는 기본적으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모험과 어려움 등이 뒤섞인 긴 여행을 뜻하기도 한다. 금융 오디세이는 돈의 개념부터 시작하여 화폐의 등장과 몰락, 은행권, 금융업에 대한 긴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준다.

  절판으로 중고가가 치솟던 이 책은 증보 발행되었고 메디치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돈이라고 함은 그 역할을 떠나서 <신뢰>의 상징이어야 한다. 지금의 가치가 미래에도 휴지 조각이 되지 않을 돈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의 가치를 믿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돈의 역사는 돈의 <신뢰>를 만들어 가는 역사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엄청난 양적완화를 시행 중인 이 시점에 돈의 가치는 유지될 것인가 고민하면서 읽어나가 볼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정의는 마르크스의 비유에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왕이 왕인 이유를 왕에서 찾기보다는
백성과 신하의 눈에 왕으로 보이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 카를 마르크스

  돈의 의미가 동양과 서양이 조금 달랐지만 그 쓰임새는 비슷했다. 동양에서는 돈이 가격을 의미할 수 있다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서양에서는 돈이 자체도 가치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양의 돈은 동일한 재료, 동일한 모양, 동일한 무게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금과 은으로 돈을 만들었고 <일렉트럼>이라는 화폐를 돈의 시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철학적인 동양의 동전들도 꽤 의미가 있었지만 역사라는 것이 쓰이는 사람의 입장이 반영되는 거라 서양 중심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금융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가톨릭이 국가보다 큰 힘을 발휘하던 시절에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작업은 모두 신의 영역이라고 믿었고 그것을 시행하는 것은 불경한 것이라고 여겼다. 돈을 만들고 이자를 챙기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럴 교묘하게 해석하여 이자를 다른 방식으로 받거나 어려운 이웃에게만 이자를 받지 않는 형식으로 종교의 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돈을 버는 데 있어서 유대인들은 정말 탁월했나 보다. 많은 유대인들은 여기저기에서 막강한 부를 이뤘다. 하지만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왕정들은 유대인들에게서 재산을 뺏고 추방하거나 했다. 그런 사이 많은 상인들은 부이를 키우고 왕권 등에 결탁하여 세를 키웠다. 특히 메디치 가문 같은 경우에는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각국을 지원했으며 신분도 상승됨에 동시에 교황도 배출하고 여러 왕들에게 딸들을 시집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시집간 딸들은 <빵으로 읽는 세계사>에서 보면 여러 나라의 음식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메디치 가문이 어느 정도 강력했는지는 알 수 있는 점은 유럽의 역사를 보면 메디치라는 글자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도 어떻게 보면 마디치 가문의 미화에 이용된 사례이며, 다빈치나 

  은행의 존재는 대부분 중앙집권 세력의 자본력을 위해서 존재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워낙 헤프게 쓰던 이들은 결국 여러 번 은행을 망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세계는 대공황도 겪고 버블도 겪었다. 그러면서 근대 금융이론을 만들다시피 한 샤흐트가 나오고 대공황을 이겨낸 케인스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원'이라는 것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만든 'Yen'이 우리나라 발음 '원'으로 바뀌면서였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일제 문화의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기득권만을 챙기려고 했던 그 당시의 상황이 다시 한번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책은 이어 중앙은행이 생겨나는 이유와 실제 역사를 함께 얘기해 준다. 그리고 선진 금융 시스템에 비해 정리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 시스템을 꼬집기도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은 그 부 때문에 늘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고, 탈 중앙화 금융을 외치며 나온 비트코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중앙은행의 조율 없던 시절의 암울함은 역사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암흑 같은 종교 시대였지만 그 당시에는 종교의 강력한 교리로 소박한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에 은행의 필요성이 낮았지만 금융업이 시작된 이후에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은 필요했다. 그럼 중앙 금융을 벗어나려면 수정된 자본주의가 필요한 것일까?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폭발한 나머지 주식과 가상화폐 그리고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화폐 때문에 화폐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실물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한다. 돈의 흐름을 읽다 보면 나도 조금 더 부자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0.1%의 지식을 담았다. 경제는 실증주의 과학이라 수학처럼 숫자로 이론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사회와 인간이 엮여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철학적이고 심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해를 위해서 이런 책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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