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소설 어느 중간 즈음에 있는 글이라는 문구를 어디서 읽었었는데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글이 많은 에세이인가 싶었다. 읽으면서 자신을 글 속 화자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적고 싶었나 의문이 들었다. 'J'나 '그녀'라는 단어를 곧잘 사용했다. 나는 첫 장을 열 때부터 이 책은 에세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왜 글을 소설처럼 적어놨지? 라며 의아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찾아볼 때까지 분류가 소설인 줄 몰랐다. 소설로 생각하고 읽었다면 느낌이 조금 달랐을까?
초 단편 글로 묶인 이 책은 정유나 작가님의 선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첫 글의 시작이 '나'라서 나의 이런 믿음 (에세이라는)은 굳어졌다. 하지만 읽을수록 왜 작가는 계속 3인칭을 고수하고 있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방식의 다소 독특한 스타일을 내어 보이려고 했을까? 그러기엔 글들이 소설 속에나 등장할 법한 씬(Scene) 같았다. 로맨스 소설을 쓰시면 더 잘 쓰실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계속하며 읽었는데.. 지금은 안다. 이 글들이 소설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조금 머쓱하기도 하다.
단편 소설도 나에게는 꽤 어려운 장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도를 생각하려면 꽤 고된 작업이다. 그냥 그 자체로도 빛나는 작품들이 있지만 숨겨진 의도를 알면 짜릿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짧은 글일수록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열심히 읽는 편이다. 작가의 소개도 무척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나열된 글들이 예쁜 글 이상의 의미를 두기 힘들었다. 하나의 주제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적어 두었다.
저자가 엄선해서 엮었을 글이기 때문에 문장은 읽기 편하고 머릿속으로 잘 그려진다. 많은 글이 있었는데 서로가 조금은 연관성 있게 이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나 산문집이라고 생각해서 책이 전달해주는 글자들을 그대로 따라갔지만 소설이었다고 생각하니 그런 연관성이 있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제는 서정적인 감각이 많이 무뎌진 나이라 그런지 짧은 글에서 전해지는 감동은 적었다. 아마 감정이 충만해서 펑펑 울고 들어온 딸에게 '뭐 그런 걸로 우냐'라고 얘기할 아빠의 입장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잘 쓰인 습작의 느낌이었고 스토리가 덧씌워진 단편 혹은 장편으로 이어질 다음 책을 더 궁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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