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 은행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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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4명은 가족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신경질적인 X 표시가 그 위를 덮고 있다. 이것은 <크로스로드>의 표지다. 왜 이런 콘셉트일까 싶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정말 이런 집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900페이지에 가까운 가족 저마다의 시련과 고통 그리고 심리를 묘사한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은 목회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어 간다. 그래서 기독교에 관한 얘기 성경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큰 챕터 또한 <대림절>과 <부활절>이다. 대림절은 크리스마스 4주 전을 얘기한다고 한다. 예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해서 <강림절>이라고 부른다. 교회력은 대림절로 시작하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한다. <부활절>은 예수가 사망하고 3일 만에 부활했음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했다. 서방교회(천주교, 개신교)는 그레고리력을 동방교회(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해서 부활절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조사로 알았다.

  제목이 없는 작은 챕터마다 화자가 바뀌는 독특한 방식을 택한다. 나는 이런 종류의 소설을 여럿 읽어봤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이런 구성은 등장인물의 사사로운 사정과 세밀한 심리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가 한 곳을 맴돌기도 해서 지루할 수 있다. 

  첫 번째 느낌은 저자가 글을 굉장히 잘 쓴다는 점이다. 미국 청소년 문화와 기독교 문화라는 내가 그렇게 즐기지 않는 것 두 소재가 들어갔음에도 글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외설적인 부분도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기도 하였다. 스토리보다는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심리적은 변화가 전체를 이끌어 갔고 900페이지에 육박하지만 그냥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할렘 셔플>과는 많이 달랐다.

  두 번째 느낌은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냐는 것과 이렇게 길게 쓸 내용인가 였다. 이 부분은 내가 여유가 좀 부족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막장인 가족의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면 뭔가 재밌긴 한데 왜 읽고 있지라는 회의감 같은 것이 조금 있었다. 그것으로 나의 마음의 뭔가가 치유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1970년대의 사회를 풍자한 이 작품은 정신과 의사를 내세워 <여성운동>을 흘렸고, 클렘을 이용한 <베트남 전쟁>의 부조리함을 얘기했다. 펠리를 이용한 <마약> 문제와 대마초를 아무렇지 않게 피는 미국 10세대의 모습. 그리고 <러너>를 이용한 <간통>을 드러냈다. 캠프파이어를 이용한 <나바호> 인디언들의 문제도 언급이 되었다. 하지만 이 많은 문제는 메인 스토리에 희미하게 덧씌워져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의미를 두자면 인간 모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자기만의 갈등과 시련 그리고 깨달음이 있고 그것이 오롯이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라고 해서 지금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상대로부터 찾으려고 할 때는 증오와 분노만 남을 뿐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력적이지도 않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이 인정하고 나아갈 때 비로소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자신만의 매력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매리언>이 브레들리의 환상에서 벗어나듯, <클렘>이 여동생 <베키>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가족은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오며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보편적인 감정을 얘기하고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이런 스토리까지 나갔어야 했냐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등장인물 사이 복잡하게 얽혀버린 감정과 사건들의 표현을 위한 작가의 선택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을 <현대의 고전> 같다고 평한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모두 인물의 심리적인 요소. 철학적인 요소 등에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마담 보바리>도 최근에 적혔다면 그냥 바람난 여인네 정도의 소설이라는 평가 정도만 받을 것이니까. 

  그 당시의 미국의 시대 상을 표현한 <고전> 같은 현대 소설. 조금 막장이지만 내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읽을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 900페이지 내내 미묘하게 끌고 가다 폭발하다 하는 긴장감. 그 정도로 이 책을 읽어볼 만 하지만 '무언가를 깨닫고 싶어'라든지 '공감하고 싶어'를 얘기한다면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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