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즈 <카이스트> 편에서 한 학생의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난다. 이제껏 걸러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내가 걸러질 것 같다. 라며 우스개 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치열했던 학창 시절을 다 담고 있다. 내가 학생만큼 치열하게 산 건 아니지만..
읽는 내내 흐뭇함과 공감이 떠나지 않았던 이 청소년 소설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설픈 모범생의 학교 생활 나기의 표본 같은 이 소설은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나에게도 학창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없이 공감할 것 같은 책이었다. 사실 나는 이들처럼 그렇게 집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탈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냥저냥 공부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것 같다. 유빈이라는 아이랑 비슷하면서도 그렇게 당찬 아이는 아니었지만 수능을 망하고 나서도 그냥 내 맘대로 내 전공을 선택했으니 비슷한 면도 있다고 하자. 다들 '사'자 돌림 직업을 원했지만 왠 걸 나는 기계가 더 좋았다. 다들 돈 많이 벌어 좋겠다고 하지만 옆에서 쳐다보고 있고 있으면 꼭 좋아 보이지만도 않는다.
고난, 패배, 좌절은 삶에 주어진 당연한 덤이고,
그로 인해 우리는 분명 성장하는 거라고
그들의 고민도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핍은 양날의 검이다.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패배에 대한 맷집이 있는 사람이 서포터스를 오래 할 수 있다는 유빈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려면 맷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응원도..
보나 선배 말이 맞다.
내적 통제감이 있어야 자존감도 유지된다.
통제권이 외부에 있는 한
나는 영원히 불안의 노예로 살 수 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능한 한 내 운명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겠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에서 하는 말보다 중요한 말이다. 자존감 유지의 정의를 이렇게 명쾌하게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사원이다.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람은 임원이다. 왜냐고? 돈 많이 받고 편해서가 아니라. 내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있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많다는 것은 덤이다.
남자만 바글대는 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이 책의 이야기가 남녀공학의 중학교 생활이랑 참 많이 닮아 추억을 느끼기에 좋았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된다고 했던 말을 이 나이에 실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사정, 아이들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믿어주는 부모의 역할과 친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아빠가 얘기해준 결과를 바라고 공부를 하면 불안하고 긴장된다는 말은 너무 공감되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즐거운 추억과 함께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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