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키스마요 (김성대) - &(앤드)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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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쓰는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서정적인 문체와 함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예상하며 책장을 열었지만 SF 같은 요소들이 마구 쏟아진다. 그럼 이것은 SF소설인가 싶다 보면 너무 현실적인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구 쏟아지는 시적 표현 사실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한 편의 시를 길게 쓴다면 이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은 이 책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줄 곧 나오는 것은 나와 너다. 그리고 지구가 종말로 가고 있는 듯한 많은 현상들을 하나씩 얘기하며 결국엔 소행성 충돌까지 이어진다. 고조되는 위험, 정해진 종말 속에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과연 저자는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반을 넘게 읽을 때까지 책 속 화자가 '지구'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 알면서도 아무것도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결국 수많은 종말의 신호들을 무시해 왔다. 그러고 끄집어낸 것이 바로 확실한 종말 <소행성 충돌>이었다. 종말론에서 자주 있었던 집단 자살이라던지 구원이라던지의 얘기가 쏟아진다. 작품 속 <너>는 화자의 여자 친구이면서 외계 생명체 이면서 지구가 아닐까 싶었다. 지구가 외계 생명체에 투영되어 인간에게 하는 얘기라고 느꼈다. 인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그렇게 전달하는 것 같았다.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너를 잃은 고통이 우주에서 지구를 잃는 것 같은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우주에서는 우리의 이별이 수많은 유사 지구들처럼 그냥 많은 이별 중 하나이지만 지구 안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고 혼란이 생기고 또 슬픈 일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듯했다. 화자의 마음에 종말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마음도 쉽게 되지 않았다. 종말이 되기 전에 돌아오는 <너>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소행성이 지구에서 달로 경로를 튼 것은 <너>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고 그렇게 키스를 하며 비워져 있던 화자의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

  읽는 내도록 시를 읽는 듯한 내적 고통이 있었다. 함축적인 표현 은유와 중의적 표현이 계속 괴롭혔다.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인가 시인가 고민할 정도다. 출판사에서 낯선 소설이라는 게 무슨 얘기인 줄 알겠다. 하지만 과연 대중성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서정적인 제목이 우리가 생각하는 서정적인 소설보다 훨씬 더 <서정 시>에 가까운 표현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듯하다. 시를 음미하는 걸 좋아한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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