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정치 | 사회

(서평) 여성의 대의 (지젤 알리미) - 안타레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7. 23:49
반응형

  20세기 가장 위대한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지젤 알리미의 대표작인 <여성의 대의>는 그녀가 활동한 <여성의 대의를 선택한다>라는 협회의 이름을 따온 것 같았다. 100년의 긴 세월 동안 페미니즘을 이룩하고 있는 서양의 페미니스트들은 투쟁가 이상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한 지젤 알리미의 <여성의 대의>는 안타래스 출판사의 지원받아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양성 평등에 동의하고 있지만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있다. 그런 나에게 지젤 알리미는 돌직구를 던졌다. 알게 모르게 사회적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았을 남성이라는 입장에서 그래 이제는 동등해져도 되지 않냐라는 알량한 우월감에 빠져 있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했다. 나에게는 당연했던 일들을 그녀는 아주 처절하게 견디어 왔으며 그 와중에서도 무너지지도 지지도 않았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렇게 강력한 어조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자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문장에 압도당했다. 그녀는 여성들을 독립시키려고 나타난 독립투사였다.

  다른 책에서 초창기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 쟁취의 역사였다. 이 책에서는 여성의 <선택권 쟁취>라는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남자와 여자의 평등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에 대한 것이며 이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여성이라는 것은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동물 취급을 받아왔던 것이다. 동물 취급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번식>을 요구한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나 역시 생명은 소중하다며 잉태한 생명을 없애는 것은 살인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낙태를 일부 지지하는 나였지만 그것을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죽고 싶은 혹은 죽을 수밖에 없는 여성의 생명의 소중함으로까지는 연결시키지 못했다. 

  '낙태'에 대해서는 그 어느 책에서보다 직설적이며 강력하게 얘기한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낙태를 목적으로 싸워 온 것이 아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선택>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선택>이 못마땅하다면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어필하려고 한다면 남자들도 번식을 위한 성관계 이상의 것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관계를 통한 사랑을 나누는 것도 쾌락을 즐기는 것도 그리고 낙태에 대한 선택권도 남자와 여자 모두 동등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낙태'에 대한 옹호를 어필하려고 하는 책은 아니다. 낙태보다 피임에 대해서 더 많은 교육과 지원이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임을 하는 것 또한 한 단계 앞서 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선택>인 것이다. 

  남성인 내가 보아온 최근의 페미니즘은 <혐오의 연대>였다. (모두 그렇지 않겠지만) 하지만 지젤 알리미와 <선택> 협회의 사람들은 최근의 페미니즘보다 더 격렬하고 맹렬하게 대항하였지만 <인권의 연대>였다. 맹렬히 저항하는 모습에서 휴머니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페미니즘이 인본주의를 지향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어떻게 보면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만 자연주의 잣대를 들이댄다. 웬만한 업무보다 고된 육아와 가사는 GDP에 집계도 되지 않는다. 남성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모순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성들은 조금 더 맹렬하게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 지젤 알리미의 말처럼 여성의 혁명은 여성으로 이뤄져야 한다. 앓는 소리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아버지로서 딸을 교육시키고 지지해줄 수 있지만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다. 사회 여기저기서 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은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분노를 감정으로 표출하는 순간 대의는 사라진다. 대의를 잃지 않고 양성 평등이 이뤄지는 사회가 되길 응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