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제목의 역할이 컸다. <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제목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떠올릴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오드리 탕>의 일대기와 대만의 사정에 대한 얘로 이뤄져 있다.
이런 <오드리 탕>의 얘기를 읽을 수 있도록 프리렉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오드리 탕이라는 천재를 전면에 내보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내용이 언제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없었으며 천재 자신과 가족이 스스로 만들어 갔다는 것에 오드리 탕의 어머니의 대단함을 느끼는 동시에 김 빠짐 또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국이 영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제외한다면 이 책은 <오드리 탕>의 평전이라고 해야 옳다. 대만 최연소 장관인 그녀는 꽤 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Perl 6 개발 커뮤니티를 운영한 천재 프로그래머이며 트랜스젠더이다. 천재성을 공공성에 기여하는 시빅 해커이면서 10대 스타트업 CEO였고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천재를 품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대만에도 없었다. 일반 학교에서 천재는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천재성을 알아보는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었고 대학생들이 주체하는 철학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곤 독일로 향하게 된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대만과 완전히 달랐다. 천재성은 스스로 길러야 했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워준다. 천재이면서도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것이고 학력을 모자라지만 어른스럽고 자신감 있는 독일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천재로 간주되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가진 빛이 있습니다.
또 천재로 보이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어둠이 있습니다.
둘 다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실재하는 것은 IQ가 아니라, 이러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그녀가 다시 대만으로 향한 것은 대만의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사실 그의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 독일 교육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대단함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각에 맞춰 가족회의를 열고 변론하고 결정하는 그들의 문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브리 탕이 트랜스젠더가 되려고 했을 때도 상급 학교로 진학하지 않으려 했을 때에도 부모는 그녀를 믿어줬다. 결국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었던 것 같다. ( 아버지와의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도 스스로 뉘우친다. )
결국 모두가 같다는 환상이라는 것은 소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한 것 같았고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이상향이었다. 젠더라는 것은 성별과 다르게 남녀 이분법이 아니듯 천재라는 것도 그냥 특정 부분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오드리 탕>이라는 멋진 사람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중간에 대만의 근대 사정을 많이 집필했지만 그곳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평등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겪어 온 그녀만이 할 수 있는 평등하고 투명한 정책들이 대만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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