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정치 | 사회

(서평) 컨스피러시 (라이언 홀리데이) - 책세상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23. 21:06
반응형

  Netflix에서 <침묵을 거래하는 손>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이 작품은 실제로 일어난 억만장자와 옐로 저널리즘의 치열했던 음모와 공방을 수많은 인터뷰와 법정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컨스피러시>는 책세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포털 정치란의 단골손님은 <음모론>이다. 사실 우리 세상에 음모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거대한 권력들이 많은 모사를 꾸미고 자신에 부정적인 세력을 전복시키기 위해서 음모를 꾸린다면 어떻게 될까? 권력이 말하는 정의가 정말 사회적 정의를 대변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컨스피러시>는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음모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법한 <헐크 호건>과 그의 사생활을 공개한 고커라는 미디어 업체와의 소송전과 그를 이용한 억만장자 피터 틸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미국 수정헌법 1조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미디어 업체 고커에게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다. 타인에 비수가 되어 날아갈 수 있는 가십들은 사실 공개라는 사실 공개의 자유라며 자기 합리화했다. 그리고 언론을 대상으로 소송전을 버릴 배짱과 자본이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미국의 법정 비용은 헐크 호건이 감당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피터 틸은 그런 고커로부터 동성애자라는 기사로 공격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투자로 억만장자가 될 만큼 조용하면서도 전략적이었다. 고커를 정공법으로 상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움직일 A를 고용하게 된다. A와 변호사들은 수 년동안 고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사건들을 찾고 있었고 드디어 헐크 호건의 사건으로 음모를 시작하기로 한다. 고커는 한 번도 자신을 법정으로까지 끌고 간 상대도 없었으며 엄청난 비용의 보험도 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이 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며 임했다. 하지만 헐크 호건 뒤에는 억만장자 피터 틸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질 수 없는 싸움이었을 수도 있지만 고커는 너무 자신만만한 나머지 많은 허점을 보였고 피터 틸의 공모자들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파산을 할 만큼의 판결이 났다. 헐크 호건과 그의 변호사들은 미국 수정헌법 4조 "국민의 사생활 침해 방지법"으로 사건을 끌고 갔으며 배심원들에게 법률적 내용보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결국 승리를 하였다.

미국 수정헌법 4조
불합리한 압수와 수색에 대하여 신체, 주거, 서류, 물건의 안전을 확보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선서나 확약에 의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어 특별히 수색할 장소와 압수할 물건, 체포, 구속할 사람을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장은 발부되어서는 아니 된다.

  음모는 성공한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했던가? 피터 틸의 완벽해 보였던 승리는 음모가 세어나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커를 비난하던 여론은 억만장자로부터 무너져버린 언론사를 보며 언론의 위기라고 태세를 바꾸었다. 피터 틸은 그 부분에서 인정하고 고커에 대한 판결의 일부를 합의했다. 전의를 상실한 상대를 더욱 외길로 몰아세우면 결국 달려들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후 피터 틸은 고커 사태와 달리 <트럼프> 지지 선언은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유세를 도왔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디어의 공세를 받기도 했다. 피터 틸은 억만장자가 미디어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것과 언론이 대통령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두 가지 위험성을 모두 보여 주었다.

  사회에는 사실 절대적 정의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것들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보자면 음모 자체는 특정 단체의 목적을 위해서 실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피터 필은 권력의 음모가 가지는 양면성을 다 보여주었다.  세상에는 <음모론>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넘쳐나지만 진짜 음모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지 않으면 비밀리에 진행되는 진짜 음모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모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미디어>의 힘에 대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언론>의 힘은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언론이 만들어내는 힘은 상당하다. 최근 개인 미디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그 힘이 조금 약화된 느낌도 있지만 고커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들을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는 영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억만장자가 치밀하게 진행한 음모는 누군가에게는 계략이고 누군가에게는 전략일 것이다. 고커를 쓰러트린 피터 틸을 그간 고커로부터 조롱이 된 대상들은 환호했고 언론인들은 경악했듯이 말이다. 누구에게나 정의인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런 거대한 음모의 대상이 될 리도 없을뿐더러 스치고 지나갈 일도 잘 없을 것 같지만 역사 속 전략가들의 이야기와 곁들여지는 피터 틸의 <음모>를 보면 전략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