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잡지 | 여행

창작과 비평 (2021년 가을호) - 창비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23. 13:57
반응형

  창작과 비평 가을호는 여름호와 이어지는 촛불 혁명의 의미와 촛불 정부의 과제 앞으로 다가올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고 이번에 책을 내신 김용욱 교수의 <동경대전>을 바탕으로 동학에 대한 의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몇 편의 소설과 시 그리고 문학평론이 함께 하고 있다.

  여름호부터 구독을 하고 있어서 창작과 비평의 구성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아직까지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빼면 읽을만한 것 같다. 항상 나의 기준으로만 책을 읽었지만 더 전문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읽을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것은 '촛불 혁명'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촛불 혁명'의 목소리는 제대로 소리 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차별받고 소외된 타자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드러내는 데서 나아가 이 목소리가 우리의 보편적 삶의 욕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공약에는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제대로 꾸릴 수 있는 나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정치적 상황들은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의 프레임이 씌워져 쉬운 정치를 향해 다시 도태하고 있다.

  현재 촛불 혁명은 4.19와 닮아 있지 않을까 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건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염원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으나 촛불의 성과를 사유화하려는 이들의 등장으로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지 못한 건 아닐까. 그야 말로 싸운 건 시민들인데 그 성취물을 자기 것으로 취하려는, '촛불 혁명의 사유화'. 이번 '촛불 혁명'도 소위 엘리트 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공정은 진보와 보수 모두에서 꾸준히 다뤄왔다. 진보언론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꾸준히 다뤄왔지만 보수언론은 최근에 폭발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진보언론의 '공정'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의 문제라면 보수언론의 '공정'은 입시, 채용, 자격 취득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공정 담론이다. 한국에서 '공정'이라는 것은 굉장히 복합적인 성격의 것이 되어버렸다.

  이 시대의 공정에 대한 문제는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싼 갈등,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화, 의사파업을 지나 비트코인과 부동산으로 분출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기득권의 반말,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구조적 불평등 심화 등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 상황을 '촛불의 배반'으로 인지하고 있다.

너무 많은 내용이 있어서 여기까지만...


  동학에 대한 얘기는 <동경대전>을 집필한 김용옥 교수와 박맹수, 백낙청 님의 좌담으로 진행되었다. 동학혁명은 국사시간에 짤막하게 배우는 것이 다였다지만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좌담을 읽고 있자니 동학이라는 것이 우리나라다운 첫 번째 '민주주의' 였던 것에 놀라움이 있었다. 서양사상과 비교하며 더 나은 점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하이데거나 화이트헤드 같은 사상가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동학의 수운 선생과 원불교의 소태산 선생 그리고 증산도의 강증산의 얘기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현재 종교로서의 원불교나 증산도에 대한 고찰과 앞으로의 방향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도 동감은 되었다. (비록 무신론자지만..)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긴 것을 으뜸으로 삼는 동학농민혁명의 비폭력 운동은 3.1 운동 길게는 '촛불 혁명'에까지 이어지는 일관성이 있다고도 본다.


  창비에 나오는 시들은 언제 읽어도 어렵다. 시대적 정신을 담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겠지만 시라는 것이 그 안에 포함된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문재 시인>의 작가 조명은 시를 쓰는 사람의 입장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한편 아무리 내가 썼다 하더라도 나만의 생각으로 이루어진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깨어 있는 의식 속에서 쓴 시라 해도 '나 아닌 것'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
이는 모든 시작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다.
나 또한 그것이 시를 시답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내가 썼는데 내가 쓰지 않은 문장이나 표현.
이것이 글 쓰는 사람의 딜레마이자 축복이 아닐까.

  다섯 편의 소설 중에서는 <기술자들>, <불장난>이 재미있었다. 기술자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법한 길바닥에서의 삶에 대한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고 불장난에서는 미묘한 심리 묘사가 재미있었다. 

  문학평론은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에게 심도 있는 분석은 많이 어려웠다. 마치 고등학교 국어시간을 연상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직업으로서의 평론가나 시인들은 이렇게 깊게까지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읽고 바로 느낌이 오는 글이 좋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면 점점 좋아질 거라 믿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