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리소설이라고는 셜록이나 뤼팽 정도를 읽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쓰는 소설 정도만 읽는,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정말 라이트 한 독자이다. 그런 내가 우리나라에 미스터리 단편을 모아서 출간하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계간 미스터리'가 처음이다. 때마침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고 국내에는 어떤 미스터리 작가가 있는지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다. 운이 좋게 서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이전 호 들을 봐도 '계간 미스터리'는 표지가 참 독특하다. 이번 책도 받아들자 말자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서평에 기분 좋게 당첨된 도서라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광고 카피에 부동산 누아르에 관한 임택트로 기대를 많이 주었는데 첫 장부터 등장하는 부동산 누아르는 기대에 비해 조금 실망감이 있었다. 사실 너무 기대했나 싶기도 했다. 장편 추리만 읽은 나에게 단편 추리는 무리인 것인가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누아르라는 게 딱히 장르가 있는 게 아니라 '어둡고 진지한 장면을 담은 것들'은 다 누아르라고 분류해 준다고 한다. 잠깐 누아르에 오해할 뻔했다. 사실 시작부분에 이어지는 글은 조금씩은 다 실망감을 주었다. 가볍게 시작해서 점점 더 몰입하기를 바라는 편집자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장의 페이지는 책을 계속 읽을 것인가 덮을 것인가, 더 나아가서는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서평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뒤를 잇는 재미난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페이지가 넘어가면 기성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역시 관록에서 나오는 글은 몰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글을 적어나가는 스타일이 작가마다 달라서 신선했다. <협탐:고양이는 없다>는 평범한 스토리에 무협 특유의 읽기 편한 글로 스토리를 전개하다가 마지막에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키모토아 엑시구아>, <윌리들>은 급작스런 반전으로 마무리를 했다.
<백만 년의 고독>은 추리소설을 평범하게 즐기는 나에게는 가장 재밋는 글이었다. 수학공식처럼 풀어가는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이 좋았다. 짧은 글을 위해서도 작가가 치밀하게 스토리 라인을 깔아 두었으며, 마지막에 한번 더 추리를 해야 찾을 수 있는 결말이 재밌었다. <악마는 꿈꾸지 않는다>는 사회에 대한 의미 심장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지만,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이 책은 여러 단편을 담겨 있어서 여러 형태의 글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호불호가 확실하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글만 읽는 것이 즐겁겠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만나는 것은 갑작스러운 선물 받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작가 본연의 생각과 글을 적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치밀한 구성을 만들어서 살을 붙여가는 것과 주인공에 동화되어 글을 적는 것 , 이것은 '알뜰신잡'에서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 나누던 얘기가 비슷한 것 같아서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글을 적을 때의 '배경'을 설정하는 법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는데 미스터리에서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같은 장소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세밀함이 필요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미스터리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 주인장님과의 인터뷰가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꽤 특이한 대목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 만난 '계간 미스터리'가 좋았던 것은 신인 작가들에게 등용의 기회를 계속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글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면 타인에게 눈에 닿을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를 꿈꾸는 모든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등용문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신인상을 받은 <주리>의 경우 여타 다른 기성 작가가 적은 글에 비하면 긴장감도 조금 떨어지고 스토리가 조금 뻔한 부분이 있었지만 신예작가로 등단하면 어떨까는 감정이 동화되어서 조금은 두근거리며 읽었던 것 같다.
단편은 장편보다 친절하지 않다. 그것은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독자인 내가 채워야 하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장편만 읽던 나에게 조금 새롭고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단편만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오래간만에 추리 소설을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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