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여름호는 팬데믹, 부동산 그리고 일인칭 글쓰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 외에는 시와 책에 대한 토론과 새 책 소개들이 들어 있다. 처음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정치적 비평에 다소 당황했지만, '창작과 비평' 답게 비평은 당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는지 싶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는 끝이 없는 화두인지, 어딜가나 나와서 반감이 생길 정도이지만 그만큼 세상이 기울어져 있나 싶기도 하고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불편한가 싶기도 했다. 정당한 페미니즘은 받아들일 만 하지만 소수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든 책에서 여성의 권리를 꼭 언급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언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평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아쉬움 같은 얘기였는데, 조금 피곤할 정도로 들어서 그런지 예민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펜데믹이 가져다 준 '돌봄'이라는 문제는 다시 여성 희생을 강요하게 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더불어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부동산까지 이어져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갈등이 발생했다. 그리고 젠더 갈등까지 더해져 지금의 사회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막막한 심정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어제 보낸 슬픔이
오늘 도착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더군
배송하던 사람이 갑자기 과로사한다 해도
고객님, 오늘은 제가 장례 중이어서
유령이 대신 배송 완료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김경인 「올해의 슬픔」 부분 (문장웹진, 2021년 1월호)
부동산에 대한 정책은 포털 사이트에서 늘상 보던 소비적인 감정싸움이 아닌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발생한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들으니 좋았다. 국가 정책은 대부분 장기 사업들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지양했으면 한다. 부동산도 남북정책도 대부분의 국가사업이 일관성을 잃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이 버티고 정권만 바뀌면 된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정권도 노무현 대통령 때의 강력은 규제를 정권 초에 했어야 했다는 것에는 동의를 한다. 가장 인기가 없는 정책은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정권 초에 하는 것이 맞다.
더불의 얘기하는 지방 소멸에 대한 얘기도 인상 깊었다. 다들 명제는 동의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쉽지 않는 것을 알고 잇다. 이해관계가 업힌 문제는 누구라도 풀기 어려운 것이다. 여러 방향으로 도전을 계속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서울의 부동산 폭등과도 관련이 있다. 국민의 수는 줄어드는데 서울의 인구는 매년 늘어난다. 이것은 지방 소멸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지방을 활성 화은 여러 마리 도끼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지방 사업의 정치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도 정치화는 그렇게 좋은 인상이 아니었는데 이관후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것 또한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지방균형발전 자체도 정치화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경제학자들 논리에 따르면 지역을 다 없애버려야 하는데 실제론 불가능한 얘기죠. 만약에 부산, 울산, 창원, 광주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인구는 그냥 다 사라지나요? 서울로 가겠죠. 그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일인칭 글쓰기에 대한 고찰이었다. 에세이는 최근에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약진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부터 에세이는 출판시장에서 강한 장르였다고 한다. '~ 괜찮아' 열풍은 기성세대가 권해온 '모범적인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포기의 선언일 지도 모른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우울과 무력감을 가진 사람들이 펜데믹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괜찮아' 다음에 이어져야 할 글은 어떤 글이 되어야 할까. 달리 말해 기성세대들이 권한 '모범적인 삶'을 거절할 때 어떤 경험을 토대로 어떤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에세이에서 '~해도 괜찮아'는 소설 속에서는 '실은 괜찮지 않아' 정도가 될 수 있다. 허구의 '나'를 현실세계 속에 놓아야 한다. 나에게 안도감을 주던 말들을 소설 속에서 녹여냈을 때 그 상황이 마냥 낙관적일 수 있을까. 보편적 객관화와 나의 신념 사이의 충돌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일인칭 글쓰기를 여러 방향에서 고찰한 이 글은 이번 여름호에서 가장 재밌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문장은 백기완 선생의 '좌경'에 대한 발언이었다. '창작과 비평' 여름호는 여러모로 깊이가 있었고 유익했다. 소위 전문가들의 서평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여러분, 저 군부 독재세력이 우리 민중후보를 좌경이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여러분, 좌경이 대체 뭡니까? 난폭한 운전사가 핸들을 갑자기 우측으로 꺾으면 승객들은 모두 좌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극우 세력에게 운전을 맡기면 우리 국민은 모두 좌경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똑바로 서 있으려면 저 극우 독재 운전사를 바꿔 쳐야 합니다. 가자! 백기완과 함께 민중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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