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글자를 옮기는 사람 (다와다 요코) - 워크룸프레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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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가 어느샌가 이 책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의구심으로 들게 된 이 얇고 작은 책은 13,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지니고 있었다. 속으로 "<개소리에 대하여>도 7,000원인데 이 책은 왜 2배나 비싼 거야"라고 불평부터 늘어놓게 되었다.

  사실 번역가의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해서 구입했으며 당연히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에세이처럼 시작된 글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왔다 갔다 했다. 무슨 얘기인지 도통 모르고 연결되지도 않았다. 단지, 섬으로 번역을 하러 떠난 번역가의 얘기이고 그 섬에는 바나나 농장이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나>라는 번역가는 현실과 번역해야 하는 소설 속의 세상을 넘나들고 있었고 때로는 원작의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끝날 때까지 아니 역자의 해설을 읽기 전까지 소설임을 인지하지 못했고, 교보문고 분류가 <일본 소설 일반>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소설이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형식의 글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읽기가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 언어의 순서대로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단어와 그것을 모국어로 옮겨가는 과정은 번역자의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번역이라는 것은 글자를 그대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번역자는 작가에게 끊임없이 묻고 글의 내용들에 관여하지 않고 싶더라도 자연스럽게 얽혀 들어간다. 번역자에게도 순간순간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단순히 <글을 옮기는 사람> 사람으로 치부될 번역자의 고충을 이 책은 꽤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어렵다. 옮긴이의 설명이 굉장히 긴 것도 그것을 고려했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재밌다. 글 자체가 재밌는 것이 아니라 글의 구성이 너무 신선해서 웃음이 난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도 즐겁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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