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8. 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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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난 김초엽 작가의 신간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디지털로 선 공개된 듯한데 밀리의 서재를 보지 않는 나에게는 이번 종이 책은 기다리고 기다린 책 중에 하나이다.

  <지구 끝의 온실>은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알 것 같은 제목에 약간 김이 새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김초엽만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지구는 어느 그린 테크 기업의 잘못으로 온 세상이 <더스트>로 덮여버리고 세계는 <돔 시티>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기적인 삶을 연장해 간다. 살기 위해서 <돔 시티>로 달려드는 인간을 죽이고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인간들에 대해서 생체실험을 서슴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명분을 만들고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게다가 <더스트>가 해결되어 원래가 지구가 되었을 때에도 자신들의 노력으로 지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믿고 그들의 공헌을 기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어느 식물에 덕택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증식한 한 식물을 조사하다 결국 사실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식물은 자신이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환경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지를 얘기한다.

  이 작품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돔 시티> 외곽에 <프림 빌리지>라는 온실을 만들고 살았던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더스트>가 종식된 이후 세계에서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려져 있었다. 읽는 내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생각나는 스토리였지만, 환경 재앙 속에 로봇과 인간의 연대까지 품어낸 김초엽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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