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 민음사

야곰야곰+책벌레 2021. 5. 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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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참 논란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후기도 개인 메모에 저장해 두고만 있었다. 내 글을 내보였을 때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논쟁은 각오하고 써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했다. 자기계발서만 너무 읽으니 감성이 너무 메마른 것 같아서 읽을만한 소설을 찾다가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 후기를 보지 않는 편이다. 후기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볼 때만 본다.

  81년생인 내가 가장 잘 공감할 것 같은 '82년생'의 김지영씨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은 맞았다. 소소한 일상을 그려나가는 큰 스토리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읽는 내도록 열거되는 '여성 차별'의 사건들은 내가 알고 있고 혹은 겪었던 것들을 모두 적으려 하는지 자주 나타났다. 읽으면서 '작가는 작정하고 나열하려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적는 글들은 대부분 분명한 대상이 있다. 감동하는 쪽과 불편한 쪽이 생기겠구나 라는 내 예상도 맞았다. 책을 다 읽고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은 '페미니즘'의 필독서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후기를 선뜻 내보이기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맹렬한 두 의견과 달리 나는 중간 쯔음에 서 있는 사람이니까..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도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
.

.
안 그려고 했는데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더더욱 육아에 시간을 쏟아붓기 시작한 아내가 울면서 얘기하던 상황과 너무 정확히도 매칭되어서 글을 읽으면서 가장 슬펐던 부분이다. 가족이 잘 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를 지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단지 그것 뿐이였다. 이 책은 정말 좋은 스토리를 꾸려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받은 차별을 적어내기 바빳다. 나는 작가가 신념을 가지고 쓴다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평소에 여성 차별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사건들을 쏟아내기 바빴던 책은 주인공을 매력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에 반해 '엄마'는 너무 매력적이였다. 주인공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억측스럽지만 자신감 있고 독립적인 캐릭터가 좋았다. 

  나는 여성 차별을 눈 앞에서 보며 자랐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살았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딸을 대학교에 보낸다고 수근댈 때에도 잘 살지 못했지만 누나를 대학까지 보냈다. 지금은 치과 의사가 되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누나를 동네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어머니는 장가가면 와이프에게 잔소리 들을까 싶어서 어릴 때부터 부엌일을 시켰다. 나는 설거지하고 용돈 받는 것이 마냥 좋았고, 어머니가 안 계실 때에는 하숙집 형들 밥도 챙겨야 했다. 그런 어머니이시기에 여자도 대통령 할 수 있다고 당당히 얘기하며 기호 1번을 찍으시는 것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책 속의 엄마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친근했는지도...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에는 '스며들다'를 조합한 단어들이 많다. 나는 예전부터 '스며들다'는 단어를 좋아했다. 상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은 일종의 공격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였다.사건을 몇 개만 덜어내어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스토리는 더 탄탄해졌을 것이다.

"요즘 여자애들 하는 행동에 남자들이 왈가왈부할 것 없어요.
아빠들이 딸들한테 하는거 보세요."

  남자인 내가 그 마음을 다 이해하겠냐만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보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와서 같이 서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남자라고 해서 그렇게 특별나게 우대받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분노하는 것 또한 이유는 분명하다. 서로가 서로의 아픈 곳을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마무리한다.

  나도 내 딸이 어디서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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