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야곰야곰+책벌레 2021. 5. 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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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소설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설은 단지 머리가 너무 딱딱해졌을 때, 너무 무거워진 마음의 환기가 필요할 때 한 권씩 읽곤 했었다. 소설은 내심 감동을 받고 싶어서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감동을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한 동안 베스트셀러에서 내려가지 않는 소설이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게다가 게이고의 소설이기도 했다. 게이고는 사건과 사건이 꼬리를 물고 나가면서 얽혔던 사실들이 풀려나가는 것이 일품인 소설을 쓰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대가가 아닌가..

  사실 감동이 받고 싶은 나는 추리 소설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게이고의 소설은 집에도 몇 권 있다. 그냥 나중에라도 읽겠지 하면서 구매를 해뒀다. 구매를 하고 슬쩍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게이고스러운 소설이 아니었다. '이 이거 뭐지.' 하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읽었다. 소설은 단편적인 사건들이 하나씩 지나가며 어느새 퍼즐 조작처럼 맞춰지는 놀라움을 안겨주는 게이고의 문장의 구조가 살아 있었지만, 너무 따뜻했고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상담을 들어주려고 시작한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의 작은 도전은 시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연관성 없는 스토리가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하면 다음 스토리도 머릿속으로 이어 붙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글쓴이는 읽는 사람이 참견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글의 말미에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며 안정감을 주면서 마지막 반전까지 잊지 않았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세상에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그리워하면서 정작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할아버지가 작은 소일거리가 기적이 되었다. 우리는 문제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것을 점점 더 잘할 수 없게 되어 간다. 아무리 사소한 고민도 진지하게 마주하는 할어버지의 마음은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 마음의 따스함이 전달되어가는 과정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들을 채워준 게 아닐까. 

  페이지가 많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깊은 몰입감과 잔잔한 따스함이 남는..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소설이었다.

ps. 영화도 개봉한 것 같은데, 평은 그렇게 좋지 않다. 주제곡은 좋다. 원래는 남자 분이 불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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