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달까지 가자(장류진) - 창비

야곰야곰+책벌레 2021. 5. 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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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군님, 장군님만 믿습니다."

 일상적인 언어로 바로 옆에 사람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달까지 가자'는 말은 아마 일론 머스크가 만우절에 도지 코인을 "달까지 보낼 거야"라는 트윗을 차용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심했다"라는 책과 같은 장르일 거라는 착각도 잠시 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 없어"

  요즘 20, 30대 들은 공정에 대해서 민감하다. 우리 때라고 해서 그렇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어느 시대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있었고 불공정도 존재했지만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한 것 같다. 

  일상적인 도입인데도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냥 생활 소설로 그대로 적어 나갔어도 충분히 읽을만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의 글은 읽기 편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주하는 사건과 갈등들, 그 사이에서 생기는 소소한 행복의 표현이 좋았다. 갑자기 코인 얘기가 나왔을 때에는 다소 당황스렀을 정도로 도입 부분이 좋았다. 기승전결이 없는 잔잔한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랄까, 사실 그건 주문 같은 거였어.
그냥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될 거라고 믿어야만 했어."

  소설은 지금 시대 코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지지 같은 것을 보내고 싶은 것 같았다. 코인에 대한 수익보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응원하는 듯 했다. 책을 읽다 보면 2017년에 투자를 시작한 3명의 인물에 대해서는 사실 걱정은 없었다. 소설이 2017년을 잡은 것이 등장인물들에게 큰 선물을 안기면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것을 대충 예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일상생활 그리고 그 속에서 넘어지고 주저앉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들려가는 포털의 문 앞서 있는 그리고 어떤 세상이 나올지 모르는 여정 속에서 인간의 심리 변화를 적어냈다. 사실 읽고 나서 남은 감동이나 울림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소설이 모두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보듯 혹은 색칠하기를 하든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 이 소설은 독서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휴식 같은 책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작은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큰 변화가 생겼다고 느꼈지만 실상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갑자기 나를 쥐여오던 문제에서 하나 벗어났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변화는 또 한 번의 도전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문제에서 벗어나 조금의 여유만으로도 엉망진창이었던 세상이 다른 세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도 주인공의 "일단, 다니자"라는 짧은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자존감을 잃으면, 세상은 나의 적이 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우리는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산다. 고민의 크기가 커질수록 집중하게 되고 시야는 좁아지고 부정적인 마음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고민들은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하고 쉽게 풀어지지 않는 고민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개개인의 삶이 바뀌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조금은 여유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을까. 세상이 시끄럽고 서로서로가 서로에게 아픈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며 진정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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