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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획회의(2024년 12월 623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야곰야곰+책벌레 2025. 1. 2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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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새해 첫 기획회의는 편집자들이 뽑은 자신의 인생기획에 관한 이야기다. 소위 대박 친 책들도 있었고 반대로 자신만의 만족을 한 기획돼 있었다. 단권의 기획도 있었지만 시리즈에 대한 기획도 있었다. 책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기획대로 뭔가를 해낼 수 있었다는 점은 부러워할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콘텐츠 없이 오직 인생 기획에 대해서만 다뤄서 읽을거리도 많았다.

  많은 글들이 있었지만 마이너틱한 개인성향 때문일까. 민음사 유상훈 편집자의 <실패해야만 편집할 수 있다>라는 글이 좋았다. 처음에는 책인 줄 알고 찾아봤는데 책은 아니었다. 구매할 뻔했다. 그리고 그가 기획한 쏜살 문고 시리즈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진부하지만 진리인 '인생의 대부분의 교훈은 실패에서 나온다'라는 문장이 좋았다. 잘 풀리면 그 자체로 얼마나 큰 행운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은 누구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지 않으니까. 성공은 누구 하나의 존재로 얻어지지 않는다. 내가 잘한다는 안도감보다 결점과 한계를 가르쳐주는 실패가 더 소중하다는 편집자의 말이 좋았다. 

  실패의 미덕은 깨달음인데 무의미하고 반복되는 실패는 좋지 않다.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것이 편집자의 욕망이라도 책은 팔아야 하는 물건임은 틀림없다. 좋은 책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믿음은 자주 깨어진다. 너무 사랑하는 책이 팔리지 않으면 괴롭다. 하지만 모든 첫걸음은 도전으로부터 시작되고 실패로부터 완성될 것이다라는 말이 너무 좋다.

  편집자들의 애착이 가는 책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장바구니가 채워진다. 하루 날 잡아서 너무 많아진 장바구니를 비워놓았는데 헛수고다. 기존에 담아둔 책도 많았지만 또 다른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특히 아즈마 히로키에 대한 책이 많이 궁금하다. 비트겐슈타인 또한 그렇다.

  치열한 양극화 속에서도 문학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도 멋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상은 여러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마치 하나가 정의인 마냥 통용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세력이라는 게 있다면 세월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것이 정의라면 정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민주적인 것은 시끄러운 법이다. 그 속에 편집자의 고뇌도 함께 한다.

  이번 호는 여러모로 재밌는 기획인 듯하다. 이런 기획이 아마 출판지에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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