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은 리더십 교육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기업이었다. 최근의 트렌드에 비교해 보면 기가 찰 것 같은 이야기지만 리더의 진정성이 있다면 되려 가장 강한 조직이 아닐까 싶다. 대신에 리더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사라지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은퇴했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복귀한 것이 그러하다.
삼류가 모여 만든 일류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가지건 사람뿐이고 공평한 건 시간뿐이다라는 듯한 말을 하는 리더다. 실력이 모자라면 남들보다 두 배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 슬로건이다. 하지만 무작정 일만 하라는 건 아니다. 모두가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DNA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은 '호통의 경영'이다. 모두 칭찬하라고 말을 할 때 칭찬해서 잘된 기업이 어딨냐며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관심이 있기에 호통을 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의 호통 뒤에 필요한 긴 달램의 시간이 귀찮아 호통을 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직원들에게 좋은 말만 늘어놓고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은근슬쩍 '정리해고' 카드를 쓰는 경영자는 경영자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평소에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제품이 아니라 직원들의 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능력이 일류라도 인간성이 삼류면 오류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회사의 직원과 그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한순간도 사업 외의 것에 정신을 빼앗겨도 안되고 그럴 여유가 생겨서도 안된다고 했다.
일본전산은 어느 시골마을 작은 공장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끈기를 가진 사람을 뽑기로 했다. 먹기 힘든 밥을 주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먹고 오후 면접에 임하는 사람을 뽑는다든지 기어 들어오더라도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래 달리기를 완주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든 지가 그들이 만든 아주 독특한 채용 방법이었다.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껍데기만 좋은 인재보다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발전시킬 자세를 가진 인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회사에는 한 눈 팔고 있는 경영자가 없다. 동시에 직원들도 이루고 싶은 것, 맡고 싶은 일들이 많기 대문에 자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된다고 했다.
회사를 키우고 활력 있는 조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점주의가 필요하다. 좋은 인재들을 뽑아놓고 잘못한 것을 따지는 감점주의로는 되려 제대로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도약하는 기업에는 가점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인재는 없을 것이다.
잠재 능력은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완전히 포기할 만한 절망도 아닌, 너무나 수월한 낙관도 아닌 적절한 긴장 상태. 그것이 없다면 직원의 능력은 좋아지지 않는다. 경영자는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나가모리 회장은 1년에 35주 동안 매주 일요일에 두 시간의 'CEO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아끼기 때문에 호통을 칠 수 있다는 나가모리 회장의 특징 중 하나는 호통은 입으로 하고 칭찬은 글로 한다는 것이다. 호통은 순간 날아가 버리지만 칭찬은 문서로 남겨준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칭찬은 손수 편지를 써서 가족에게 보낸다.
뿐만 아니라 일본전산의 M&A는 해고 없는 합병으로 유명하다. 적자인 기업을 일 년 만에 흑자로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그 바탕엔 기업 문화가 있다. 한 번 '안 된다'는 것을 용인하는 조직이 되면, 직원들은 '안 되는' 방법을 기를 쓰고 찾아낸다는 것이다.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거기엔 보고서 따위가 붙을 이유가 없다. '되는' 일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안 되는' 이유를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말이다.
- 즉시 한다.
- 반드시 한다.
- 될 때까지 한다.
힘이 없다고 갑에 쥐여 흔들릴 수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나가모리 회장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주도하는 쪽이 갑이라는 것이다. 비록 부품회사지만 남들이 포기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해 낸 일본 전산에는 분명 남다른 DNA가 있을 것이다. 요즘 친구들이 읽으면 욕을 하거나 혀를 내둘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왠지 가슴이 뜨거워진다. 장수가 군대 뒤로 숨지 않고 선봉에 설 때의 뜨거움은 생각보다 감동적이다. 요즘은 이런 직원도 이런 리더도 많지 않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에는 약간의 광신도적인 느낌이 있다고 했다. 리더십에서 가장 힘든 것이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눈에 뭐가 씐 듯 미친 듯 덤벼드는 경험은 정말 도파민 과다라 얘기할 수 있다. 마치 영화 '300'같은 느낌일까.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책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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