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일을 업으로 삼아 아이들을 기르고 은퇴하고 세상을 마감하는 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장수를 기념하던 환갑은 이제 생일과 다름없고 칠순마저도 큰 의미가 없어질 만큼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하나의 직업으로 생을 살아가기엔 너무 길다.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저 한가로운 삶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3막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세상에 이끌려 적응하고 부를 축적하고 아이들을 길러내는 삶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1막이라 할 수 있다. 2막은 아주 오래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 의미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다. 무슨 일을 계기로 그런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에서 무언가 바뀌었고, 그러면서 어중간 상태에 놓이게 된다. 1막과 2막 사이, 혹은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그때를 저자는 '하프타임'이라 부른다.
하프타임은 누구에게나 찾아 오지만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후반전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전반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고 하프타임에 빠져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프타임을 탈출하려면 나를 이끌 꿈이 있어야 한다. 꿈과 가치야 말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수 있다. 좋은 과거든 나쁜 과거든 그곳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인생의 최고의 시절은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혹은 곧 닥칠 미래라고 생각하자.
세상에, 조직에 자신을 맞춰야 했던 지난날을 지나 이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의미는 수수께끼의 해답이지만 보물 찾기의 보물처럼 어쩌다 만나는 것이 아니다. 의미는 자신이 삶에서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것을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실패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삶의 동기가 바뀌게 된다. 누군가의 반려자, 누군가의 부모를 넘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른 말로 세상에 지워지지 않는 손도장을 찍고 싶은 것이다. 의미를 찾으려는 열망은 중요한 일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구며 영웅이 되려는 욕구며 그것은 좋은 것이다.
성공을 과시하는 것도 영웅이 되려는 사람들의 심리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구다. 하지만 그런 영웅적 상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두툼한 월급봉투가 그날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되진 않는다. 누군가 추겨 세워줄 수 있겠지만 그런 상징이 얼마나 허술한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런 기분은 어느새 잠잠해지고 만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는 무엇에 가장 열정을 느끼는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어떤 일이 나를 가장 많이 변화시키겠는가?
이제까지 삶은 나에게 어떤 일을 준비하게 했는가?
이제까지 순탄하게 살아온 전반전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치적인 문제를 넘어 금전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프타임은 조금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팀을 꾸려도 되고 도움을 받아도 된다. 때로는 모험을 해도 되지만 지금 하는 일과 병행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이 가치 있다면 지속될 것이고 그것이 아니면 인생의 잃었던 꿈을 되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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