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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or(릿터)(2023년 4/5월 41호) - 민음사

야곰야곰+책벌레 2024. 6. 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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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릿터 41호는 <금기>를 키워드로 삼았다.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문제를 끄집어내어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문학의 역할 중에 하나다. 그만큼 문학은 멈춰버린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이 상업적, 문학적으로 분류되지만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모두 문학적으로도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그 문학이 존재하던 시절을 관통하는 그 시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를 쓴 하마노 지히로의 인터뷰를 실었다. 아무래도 금기라는 키워드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 책에서부터 인 것 같았다. 독일의 동물 성애 옹호 단체 <제타>와의 만남을 글로 옮긴 일종의 보고서다. 

  이 책은 동물 성애자를 옹호하려는 것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닌 '성애' 그 자체를 통해 우리 시대의 '사랑'의 의미를 묻고 있다. 우리가 말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금지. 인간과 인간 사이 대등함이 결여된 사랑. 그건 어쩌면 성폭력이라는 것의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반려견, 반려식물, 반려 용품 등의 용어가 널리 쓰이는 지금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예절과 에티켓, 법과 도덕. 공동체 생활에서 꼭 필요한 이런 것들은 기득권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들이다. 사회적 구성 중에는 필요 이상의 것들이 많이 있다. 정치는 금기를 세고 문학은 금기를 부순다는 말이 어떤 건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금기라는 건 우리 사회가 가진 "관용의 한계"의 표현일 수도 있다.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어느 사회는 인정되고 어느 사회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사회마다 문화마다 관용의 한계는 달라진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인식은 변한다. 그리고 경로의 법칙처럼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길을 터는 것이 문학의 힘이다.

  세상의 작은 조각을 주워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문학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적일 때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 그것이 바로 고전의 조건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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