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과학 | 예술

(서평) 나의 뇌를 찾아서 (샨텔 프랫) - 까치

야곰야곰+책벌레 2024. 5. 12. 22:59
반응형

  많은 뇌과학 책을 읽어 봤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어렵다. 뇌과학 자체가 쉬운 학문임이 아니기에 교양서라고 해서 쉬울리는 없다. 책은 뇌과학의 역사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현대 뇌과학 그대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기대감도 좌절감도 없다. 오히려 심리적인 부분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이 좋지만 전문을 읽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뇌과학 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꾸임 없다는 것이다(물론 저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숙명적인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제껏 알려고 노력했던 것들의 결과를 적어 낸다. 어떻게 보면 학술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저자는 긴 서문에서 밝힌다. 모든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얘기할 뿐이다. 두뇌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뇌의 구조가 절대적으로 우수한지 보다는 환경에 얼마나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두뇌마저 적자생존인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평균적으로 매우 편향적이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크기나, 모양, 연결 방법 등에서 전혀 대칭적이지 않다. 양쪽 두뇌는 받아들이는 정보를 서로 다르게 처리한다. 좌뇌는 '이성적', 우뇌는 '감성적'이라는 일반적 관념과 달리 사람들이 생각, 감정, 행동에서 보이는 차이는 양쪽 두뇌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좌우되다는 것이다. 

  두뇌가 전문화될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증가하지만 특정 영역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이를 편측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뇌 기능이 좌우 반구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하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다. 그리고 편측성이 높을수록 인간의 두뇌는 취약하다.

  인간의 두뇌는 수백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소비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뇌는 화학물질로 이뤄진 칵테일의 바다에 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질은 우리의 뇌를 바꿀 수도 있다. 그중에 중요한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시냅스에 상을 내림으로서 경험을 강화한다. 시냅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신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좋아하는 신호가 전달된다면 자기 화학물질을  최대한 방출하고 마비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를 '환각'이라고 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도파민 중독을 막기 위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세로토닌이 너무 과다하게 방출되면 불안 증세가 심해진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뇌 속에서 이런 균형이 깨지면 결국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트립토판이나 타이로신 같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힘들 때 맛있는 거 먹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님이 확실하다. 음식 이외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육체적 스트레스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다르게 두뇌에 좋은 영향을 준다. 

  두뇌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통해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비어 있는 데이터를 자신이 채운다. 이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특히 두뇌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뇌의 경험-의존 능력에는 암묵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더 무서운 것은 뇌가 경험으로 간주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TV나 SNS에 접한 허구적인 묘사를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두뇌는 무언가를 경험했는지, 기억하는지, 상상했는지를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모든 정신적인 경험을 똑같이 대우한다. 평소에 좋은 생각 많이 하라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저자는 책을 두뇌의 구조와 기능으로 간단하게 나눈다. 그리고 작은 소제목에 집중하여 설명한다. 설명은 전문적이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우리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실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었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나열한 수준 높은 이야기였기도 해서 더 많은 배경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이제까지의 뇌과학 책에서 보아오던 것 이상의 새로운 것들을 만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