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604호는 교육에 관한 얘기다. 교육은 편집자에 한해서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 산업 전반적으로 신입보다는 경력을 원하고 있다. 평생직장이 없다는 생각은 회사를 다니려는 사람의 태도뿐만 아니라 회사의 태도도 바뀌었다. 떠날 사람 교육시켜 뭐 하냐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래서 교육비용을 아껴 경력을 채용하는 것을 더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바람직한 자세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 없는 경력자가 늘어간다. 몇 해 전까지 3년 경력을 찾았다면 이제 5년 경력을 찾는다. 최근에는 아예 십수 년을 일한 프리랜서와 일하기를 더 원한다. 산업과 그 산업의 역량은 노후화되고 쪼그라든다.
출판산업과 같이 쪼그라들고 있는 시장에서 이런 일은 더욱 심하다. 대부분의 이직은 산업 내에서 움직이지만 산업 파이가 줄어들면 산업 밖으로 튀어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생태계 안에서 투자했는데 다른 생태계를 키우는 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언젠가 경력자가 되어 돌아올 거란 기대마저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최근의 태도에는 단숨에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투자하면 부자가 될 것이고 몇 가지만 익히면 일잘러 소릴 들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월에 천만 원은 우습게 벌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이 얼마나 될까? 복권 당첨 정도의 확률로 몇몇이 그런 큰 행운을 만날 순 있다. 그것을 마치 법칙이 있는 것처럼 퍼 나르는 인간들이 문제겠지만 성공에 왕도는 없다.
결국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좋은 편집자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고 실무에서 많이 깨져봐야 한다. 이건 대부분의 일에서 마찬가지다. 머리로 배운 것이 몸으로 체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금방 멋져 보이는 일을 못한다고 허드렛일 한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없는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면 회사에 불만이 쌓인다.
가르쳐야 할 사람의 마음과 배워야 하는 사람의 마음의 차이가 너무 커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금의 위치에서 커리어 관리가 되지 않는 후배들이 안타깝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들의 태도 또한 바뀔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가르치는 선택적 교육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말 답이 없는 걸까? 꾸준히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다산북스와 편집자 매뉴얼을 발간하고 있는 열린 책들의 이야기를 읽어도 뾰족한 방법은 보이질 않는다.
돌파구로는 아마추어리즘에 기대해 보는 방법이 조금 신선했다. 전문 편집자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그 능력이 준전문가 수준에 닿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의 연결점을 만들어 업무에 이용할 수 있진 않을까? 샤오미가 추구하는 '참여감'이라는 코드를 여기서 또 발견한다. 뛰어놀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즐기며 나오는 많은 아이디어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좋은 일의 정의를 새로이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지금은 단순히 돈 많이 주고 편한 일이라는 단순한 정의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 문화, 복지, 편의 등의 문제를 모두 따져 보며 어떻게 N잡이라는 것이 더 편한 일이 된다면 자신의 고정된 시간을 할애하는 파트타임 편집자가 많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편집자만이 아닌 많은 업무에서 분산형 접근이 가능하다면 좀 더 유연하게 그리고 수월하게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좋은 일의 정의가 돈에 고정되어 있다면 일류와 삼류의 경계의 선명함은 유지될 것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투쟁심에서도 나오고 호감에서도 나온다. 빅 트렌드에서 벗어난 직종에서는 투쟁심보다 호감에 호소하는 편이 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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