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602호는 601호에 이어 로컬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사실 왜 <로컬>이라고 이야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은 다소 정치적이고 지구는 행정적이다. 지방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고 향토는 지나치게 토속적이며 고장은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글로벌한 정서를 반영하여 결국 <로컬>이 되었다. <로컬>은 특정한 물리적 범주를 전제로 다양한 관계망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지역의 정체성이 내포된 미래적 트렌드나 특성을 포함한다.
한국은 서울과 지방으로 불리게 된 현실에 <로컬>의 가능성과 필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전번 호에서 만난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이미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았다. 602호에도 어김없이 우치다 타츠루의 <로컬>에 대한 얘기는 인용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얘기하는 일본의 청년들은 탈도시를 선언하며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망명'으로 비유되곤 한다. 지역 이주은 경쟁과 시장원리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 선택이다. 빈부 격차, 기회 불평등, 획일화한 노동 등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로 <로컬>을 재발견하고 있다.
이를 <후퇴론>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자본주의 한계, 시장주의, 경쟁 논리, 환경파괴, 도시 집중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의 터전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이자 삶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실체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어디에 위치하든 개인의 경쟁적일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로컬만의 무언가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을까? 스토리, 이미지, 관계 등 영역 구축의 중요한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로컬>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나에게 <로컬>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로컬로 향한 이들의 공통적인 질문이자 본질일 수 있을 것 같다. 고향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지낸 곳도 아닌 내가 살고 싶고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는 곳. 트렌드를 쫓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닐까라며 한 저자는 설명하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시를 떠나 사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포화된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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