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호 이후로 계속 특집이 진행 중인 듯하다. 603호는 바로 책을 만드는 사람 편집자의 위기에 대해 얘기한다. 책은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고 판매하지만 그중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필요한 역량은 늘어만 가지만 좁아지는 시장 때문에 인재 유출도 심하다. 경력을 쌓은 편집자는 일반 기업으로 입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업무는 많으면서도 박봉이기 허다한 이 판에 스타 편집자를 노리며 입장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어느 산업이든 일할 사람이 없다. 아니 일을 할만한 사람이 없다.
편집자의 위기를 엮은 이 책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다는 건 작은 산업에 포함되어 있는 대부분의 고민일 것이다.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지만 유사 업무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굳이 영세한 기업에 들어오지 않는다. 새롭게 유입되는 인원들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워라밸이 중요시되는 요즘 아닌가.
교육하고 키우는 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지만 그것 또한 영세한 업체에서 감당하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키웠더니 이직한다. 같은 산업계 안에서 회전한다면 함께 키워 인재 풀을 늘리는 기대를 할 수 있지만 능력이 생긴 인원들은 산업계를 벗어나 유사 산업계로 이직하기에 신입을 키우는 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결국 경력직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제다. 경력이 있다고 능력이 있다는 건 아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낸 경력들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여러 문제로 신입의 교육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지만 결국 그것이 능력 없는 경력자를 길러내 버린 것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국이다.
소위 능력 있다는 사람들은 프리랜서를 뛰기도 한다. 믿음직한 외주는 회사의 오랜 벗 같다. 이들은 일만 있으면 한결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거래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업체의 담당자가 갈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외주들은 유지된다. 그러다 보면 주객이 전도된다. 외주가 업체 담당자를 교육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땐 누가 외주인지 그 정의마저 모호해진다.
603호에서도 계속해서 <로컬>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이번 호에서 다루는 곳은 춘천의 어린이 도서관이다. 자율적인 운영을 하는 이곳은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듯하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자신과 관련이 있어 열정적으로 했지만 관계가 사라지게 되면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지금 당장의 삶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춘천은 잘 유지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을 채운 한국 입시에 대한 얘기는 많은 공감이 되었다.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수 없고 서울대에 갈 수 없지만 모두 서울대를 포기할 수 없기에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학과마다 필요한 공부가 있을 터인데 우리는 관련 없는 과목까지 다 합쳐 그리고 전략적으로 입시를 준비해 앞으로 써먹지도 않을 과목을 공부한다. 한국 입시가 주는 가장 큰 능력은 묵묵히 해냈다는 자신감 정도다.
편집자의 얘기라 다소 다른 세상의 얘길까 했지만 출판계의 상황은 내가 속한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인재가 열정페이로 길러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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