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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획회의(2024년 4월 605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야곰야곰+책벌레 2024. 4. 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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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만 운동 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QWER'이라는 그룹이 차트 진입은 물론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꽤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스트리머(혹은 인플루언스)들로 구성된 여성 4인조 밴드의 데뷔는 다들 유희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돌이 데뷔전에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은 사전 팬덤 확보를 위한 것도 틀림없다. 시끄럽지 않으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세상이다. 팬덤 확보는 마케팅의 입장에서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팬텀 비즈니스에 대한 내용을 다룬 기획회의 605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행위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것은 감정의 표현일 수도 있고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마케팅 바닥에는 '필요성' 이상의 '호감'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자신에 투영시켜 나가는 작업을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사생팬과 같은 도가 지나친 부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 존재는 인간 사회라는 곳에서 꽤나 중요한 듯하다. 더구나 강력한 구매 동기를 만들어내는 마케팅의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요소가 된다.

  팬덤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내가 바라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강한 공감과 함께 애착이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 경우라고 생각한다. TV속의 연예인에서부터 내 손 안의 아이폰까지 다르지 않다. 혹은 내가 그리던 인물일 수도 있고 내가 바라던 기술일 수도 있다.

  팬덤을 '-빠'라고 비하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조금 고급스럽게) '가치관 공유'(혹은 메시기 공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호감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감정을 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움과 혐오를 이용하는 것보단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이런 순수한 마음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윈-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가끔 대중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 (스티브 잡스 형님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서로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정치에서는 '노사모' 같은 팬덤이 생기기도 했고(여전히 유효하며) 샤오미는 '참여감'이라는 슬로건으로 팬덤을 경영의 원칙으로 삼는다. 유명인들의 도서가 잘 팔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믿고 사는 것 혹은 평소에게 받았던 것들에 대한 부채감 해소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혹은 나와 같은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책은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게 된다).

  책을 팔고 유명해지는 것보다 일단 유명해지고 책을 파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공식은 지금의 시대에 유효하다. 책으로 스타가 되는 경우보다 인플루언스나 셀럽이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작가가 글만 잘 써야 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강원국 작가는 <세바시>에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자가 궁금해할 작가가 되는 거라 했다. 그건 글을 잘 쓰기도 해야겠지만 도덕적으로 매력적으로도 꽤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이해하고 있다 (작가 되기가 참 힘들다).

  이제 팬덤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출판사마저도 하나의 팬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를 다각화하고 유튜브를 개설하고 독자와 접촉점을 늘리려 하고 있다. 팬덤작가를 좇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팬덤이 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편집자나 번역자에게도 약간의 팬덤이 생기고 있다.

  팬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다. 모두에게 알리고 슈퍼맨에게 팔아라는 말이 있듯 강력한 팬덤은 마케팅에 절대적이다. 하지만 사회가 빠르게 편한 만큼 팬덤 또한 빠르게 흐른다. 그 속에서 나만의 팬덤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결국 사람이 사는 것들은 전부 '호감'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벗어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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