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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한 가수와 앞으로 더 유명해질 가수의 만남 '유명가수전'

야곰야곰+책벌레 2021. 5. 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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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하지 못한 가수들에게 빛을 주기 위한 '싱어게인' 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방사수를 할 만큼 좋아했었다. 하나 이상의 앨범을 내 보았던, 소위 검증이 끝난 가수들의 오디션이었다. 처음에는 무명 가수라는 것 때문에 잔인한 오디션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긴장감을 주기보다 훈훈함을 가져다주었다.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은 참가자들 자체였던 것 같다. 모두들 경연이라기보다는 공중파에서 자기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를 행복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더불어 따뜻한 심사평은 오디션 프로의 새 장을 열어 주었다.

  나를 '싱어게인'에 계속 붙들어 놓은 사람은 29호 정홍일(좌측 사진) 님이었다. 헤비메탈을 즐겨 듣지는 않았지만, 우리 세대에 락발라드는 유행의 중심에 있었고, 머릿속에 무거운 생각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털어내려 락을 찾곤 했었다. 정홍일 님은 2위를 하였고 이승윤(1위), 이무진(3위)과 함께 스핀오프 프로인 '유명가수전'을 함께 하게 되었다.  

  유명가수전을 보며 최근에 자주 보지 못하는 유명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세 사람의 커버를 듣는 것도 참 좋은 일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유명 가수가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아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나누는 모습이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모습 같아서 너무 좋았다. 이런 따뜻한 프로그램 정말 좋다.

JTBC 유명가수전

초대 유명 가수, 퀸이유 (IU)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차트 올 킬이 취미인 아이유가 출연하였다. 아이유는 여전히 앳된 얼굴로 어린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올해로 29살의 데뷔 13년 차 '중년 가수'다. (이미 국힙원탑이라 다들 알고 있을 거라 생각이 된다. )

  원래 생각이 깊은 친구라는 것은 여기 저기 프로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특별히 놀라거나 한 점은 없었지만, '싱어 게인'을 본방사수까지 했다는 열혈 시청자로서 그리고 공중파를 누비고 인기의 정점에 서 있는 대표 인물 중 한 명으로써 나누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

아이유의 생각을 곧음이 잘 느껴지던 것은 아이유가 던진 질문이였다.

"유명해져서 좋으신지?"

  아주 긴 세월 세간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행여 혼란스러워하지 않은지, 자신에 경험에서 무언가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러나는 질문이었다. 무겁지도 않으면서 진지해질 수 밖에 없는 질문이였다.

JTBC '유명가수전' 아이유 편

  하지만 걱정한 것과 달리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온 그들의 마음의 축은 단단했다. 너무 좋지만 어디까지 인기가 있을지는 가늠이 안된다. 다만 그때가 왔을 때에 잘 대처하고 싶다는 정홍일 님에 말에 들뜸 없는 겸손함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심사위원들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던 '싱어게인'이였다면, 유명 가수들이 겪었던 힘듦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유명 가수전'이었다.

어떤 수식어로도 다 채울 수 없는 가수, 양희은

 두 번째 가수를 보고 담당 PD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양희은'이라는 이름이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희은 님이 출연하였다. PD는 웬만한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안부를 작정인가 보다. 양희은 님은 아이유보다 훨씬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노래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 없니?"

JTBC '유명가수전' 양희은 편

이 부분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노래를 해 온 정홍일 님과의 공감대가 있었다.

"열정이 없어서 51년을 한 거야"
"노래도 일상도 슴슴하고 무덤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간절함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고는 하지만 열정적일수록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마음의 에너지라는 것도 무한하지 않을 테니까. 무던히 살아가다 보면 그 또한 흔적이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누군가 그 자취를 알아봐 주면 감사하고 몰라봐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다.

김나박이, 노래로 정점에 서 있는 가수, 김범수

  사실 이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김범수 편을 보고 나서이다. 김범수의 '초점'이라는 노래에 대한 설명과 TOP4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너무 큰 진심이 느껴져서이다. 김범수가 자신의 슬럼프를 깨고 나오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전해주고 싶음 마음이 너무 잘 보였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JTBC '유명가수전' 김범수 편

  남들의 평가가 어떻든지 자신이 하는 노래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잘 풀리지 않더라도 상처 받지 말고 자괴감에 빠지지 말라는 말은 사회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가치가 있는 말이다. 묵묵히 일하더라도 모두가 알아봐 주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나는 사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힐링 프로그램 같은 예능 , 유명 가수전

  요즘은 자극적인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원래 살기 힘들어질수록 사람은 단순한 것을 찾게 된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지면 다시 위로받고 싶다. 그런 점에서 '유명가수전'은 예능계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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