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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걸스 역주행을 보며

야곰야곰+책벌레 2021. 4.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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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부동산으로 세상은 반쪽으로 쪼개져 서로가 날 서 있는 날 들이 계속되었다. 다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을 것이었고, 나도 최전선에 계신 분들에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가질 여유 정도만 있었을 뿐 중국에 펼쳐진 회사 업무를 조율한다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훌륭했던 선인들과 기업들의 활약상을 많이 보게 되었고 우울했던 시절 그것으로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했던 것 같다. 비난하며 날을 세우는 것보다 소위 말하는 국뽕에 취해 있었던 것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만난 쁘걸은 시끄러운 요즘, 기분 좋은 스토리와 선한 영향력을 주었고 열심히 한 사람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총공 같은 것을 하며 즐길 여유가 없는 삶이라 조용히 응원하고 스트리밍 하며 지내겠지만, 별 것 없지만 기분 좋았던 2달 정도의 기억을 남기는 것으로 그들을 응원해 본다.


브레이브 걸스와의 뜻밖의 만남

 내 기억 속의 브레이브 걸스는 '달샤벳'이라는 그룹과 함께 과도한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던 그룹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섹시와 노출을 경쟁하던 시절이었으며 거의 막차였던 이 그룹들은 많은 노이즈에 비해서 인지도는 얻지 못했었다. 그리고 '여자친구'라는 소녀소녀 한 친구들이 데뷔하면서 섹시 전성시대는 저물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나도 사회생활을 하며 강의 영상이나 뉴스를 더 많이 보게 되었다. 포털에 출몰하기 시작한 '브레이브 걸스'라는 단어를 보면서도 저 친구들이 왜 갑자기 포털에 나왔지? 하며 그냥 그렇게 흘려보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으나 그 친구의 권유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동영상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분명 '현무 4 해외 반응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유튜브는 비디터의 롤린 댓글 모음 영상을 나에게 추천해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fHWIqJkEf4

유튜버 비디터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 모음'

밀덕 + 댓글 모음이라는 분류만 가지고 생각해본다면 유튜버의 추천은 지극히 정상적(?) 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갔던 (사실 얼굴도 기억 안 나지만..) 브레이브 걸스를 다시 만났다. 진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미소와 국군 장병들의 환호성과 함께...

밀덕은 왜 입덕 할 수밖에 없었나?

  사실 나는 내 나이에 비해서 걸그룹들의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다.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반복 작업이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업무에서 텐션을 올려줄 수 있는 노래는 꽤 중요하다. ( 노동요라고 하더라. )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이 자랐을 때 대화가 될 수 있으면 싶어서기도 하다. 갑자기 애들 노래를 들으면 적응 안될까 봐. IU부터 IZONE, ITZY, 오마이걸, 블핑 같은 친구들을 삶에 가까이 두고자 했다. 그 덕분에 입덕의 문턱이 조금 낮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계속 찾아보게 할 정도로 걸그룹에 심취된 상태는 아니였다. 그런데 난 왜 그랬을까?

  첫 번째는 댓글이 너무 재밋다를 넘어 획기적이었다. 이런저런 댓글을 많이 봐왔지만 '롤린'의 댓글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댓글 맛집 영상이었다. 두 번째는 군인들의 함성과 진정 즐기고 있는 그 얼굴 하나하나가 너무 보기 좋았다. ( 사실 난 현역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알지 못한다. )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내가 음방, MV보다 LIVE 영상, 콘서트 영상을 더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꼬북좌의 입덕을 부르는 미소

  세 번째는 어느 걸그룹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무장해제된 웃음이다. 걸그룹들 중에는 잘 웃고 이쁘게 웃는 친구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보면서 미소 짓게 하는 웃음을 가진 친구들은 사실 많지 않았다. (팬이 아니라 그럴지도.. ) '입덕 요정'이라고 하던가.. '유정'의 미소는 동영상에 머무르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녔을까 한다. 지금에서야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입담 그리고 미담까지 다 알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보이는 것이 가장 크다. 그래서 센터의 역할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들어버린 '롤린'이라는 노래가 너무 좋다. 중독성이 높으며 그동안 '멋있는 아이돌'을 추구하면서 잃어버렸던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돌아온 것 같았다. 짧은 동영상 한 편이었지만 꽤 많은 요소들이 동영상에 머무르게 해 주었다.

이슈를 끌고 가는 미담

  한 편의 영상이 끝나고 다른 이들이 남긴 새로운 댓글을 읽어봤다. 그리고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안도를 했고 그들이 이끄는 또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위문열차 출연 회수만 60여 회 비공식 행사까지 합치면 100회가 훌쩍 넘는다는 그들의 행적을 따라 결국 도착하고야 말았다. '백령도'..

https://youtu.be/N2P1cUi294c

브레이브 걸스 '백령도 6 여단' 공연

  사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설명할 때나 나오던 백령도를 걸그룹 공연 리스트에서 볼지는 몰랐다. 사실 거제도나 해남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백령도라는 그 상징성은 남자들에게는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도 잘 알지는 못했는데, 댓글에 달린 내용을 보자면, 서울에서 왕복 12시간에 배도 몇 대 없어서 1박 2일로 다녀와야 하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동도 불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이 정도 미담이면 사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는 꽤 큰 호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무대 무대 즐거워 보였고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공연을 보지 못하고 위병소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찾아가 뭐라도 해주려고 했던 후일담 등이 모여서 미담은 미담으로 계속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을 지원했다.

  학폭 논란에 왕따 논란 멍들어가고 있는 사회에 어렵지만 돈독한 모습은 그 어떤 미담보다도 보기가 좋았으며 서로가 친해 보였지만 선을 지킬 줄 아는 듯했고 어린 아이돌 친구들에서 보였던 아슬아슬함이 없었다. 배려라는 것이 몸에 잘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선함은 사실 크게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역주행에 날개를 달아준 해병대좌

  미담으로만 치부될 수 있었던 스토리에 분위기 전환을 해준 친구들이 있었다. 휴가가 낳은 괴물이라고 불리던 해병대 제1사단 친구들이다. 사실 휴가 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ㅎㅎ ) 다들 끼가 넘치고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재미나면서도 순수함이 좋았다. ( 아저씨가 보면 순수해 보이나 보다. ㅎㅎ )

https://youtu.be/L2fT08kAXhk

해병대 제1사단 롤린 커버 영상

  이 영상으로 인해서 '롤린'에게만 집중되었던 '롤린 코인' 탑승 콘텐츠들이 지겨울 수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만들어 주었다. 진지함이 유쾌함으로 바뀌는 순간 '롤린'은 완벽한 역주행 동력을 얻었던 것이 아닐까. 10 장로들과 더불어 기억되어야 하는 사대천황 (앗, 다섯 명이네. ) 정도도 괜찮은 것 같다. 한 몸 불살라 역주행을 혁혁히 도왔으니.. ^^

숨 가쁘게 달려온 2달 이제는 사실 상 정상급..

  블랙핑크와 트와이스의 대형 기획사의 대립 속에 (이제는 블랙핑크가 압도하지만.. ) 그렇게 눈에 두드러지는 걸그룹이 없었다. ( 아저씨의 관심 부족일지도.. ) 오마이걸 정도가 눈에 띈다. 최근 두어달 대부분의 방송은 브레이브 걸스가 접수했다. 이슈성이 터졌을 때 방송사들은 이슈를 모아야 하고 기획사는 인지도를 높여야 했다. 그 점에서는 일 못한 기획사가 그동안 못한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용형도 기획이 처음이라 그랬겠지..

브레이브걸스 역주행 1위!

  호감을 가진 사람들은 몇 번을 들어도 좋은 얘기도 대중에게는 자칫 지겨움이 될 수도 있을 때인 것 같다. 멤버들도 그 점을 의식하고 조금씩이나마 새로운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대부분의 음방, 예능, 라디오 등에 출연한 것 같다. 무리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비단 건강만은 아니다 토크라는 것도 욕심으로 무리하게 되면 자칫 화살이 되어 돌아오니까. 걱정은 걱정일 뿐, 짬밥이 있어 그런지 그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을 열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용버지..

  일 년에 수십, 수백억씩 깨져나가는 걸그룹을 아버지 같이 안고 걸어 간 용형. 자신의 수입으로 버틸 수 있어서 그렇게 했겠지만, 가진 자라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용형은 고집도 세고 집요한 구석이 있는 사람일 것 같다.

  노이즈라도 받기 위해서 조금 무리한 경향이 있었던 그동안의 브레이브 걸스였지만 용형도 고집을 조금 내려두고 대중성과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는 대중을 끌고 가는 위치에 있는 것도 맞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서태지가 그랬듯이 아이유가 그렇듯이 팬덤없이 끌고 가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다. (모두가 잡스형이 될 수 없다.) 용형 스스로가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중 앞에 서 있는 것은 브레이브 걸스다.

브레이브 걸스 '롤린' 앨범 커버

  서머퀸을 목표로 정체성을 확고히 한 후 변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리딩 하여도 늦지 않다. 자만 X 교만 X 겸손 O. 정체성을 잃지 말고 기반을 마련하는 2021년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99년부터 함께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지금은 소원해져 트윗, 페북만 받아보지만..) 브레이브 걸스도 요란하지 않게 20년 이상 오랫동안 음악 하는 가수들이 되길 바라본다.


ps. 꼬북좌의 미소로 입덕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매력을 '마빠보면' 탈덕이 쉽지 않다. 뭘 해도 매력 같은 '메보좌'와 은지가 홍은지 하는 '왕눈좌' , 시크 귀요미 '단발좌' 참 다른 멤버들이 만든 참 하나 같은 그룹이다.

ps. 연예 카테고리를 더 적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글 때문에 하나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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