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엎드리는 개(프랑수아즈 사강) - 안온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12. 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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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에세이부터 만난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와는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 말미에 보여준 그녀의 필력을 보며 살짝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고 작가는 책의 초반부터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개와 남자. 묘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투영되는 이미지가 있다. 사랑, 그게 뭐길래?

  프랑수아즈 사강과의 첫 만남은 안온북스의 지원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으니 계속 '아니 에르노'가 생각난다. 나이 많은 여자가 꼭 <젊은 남자>에서 보여준 아니 에르노의 주인공과 묘하게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사강'은 그녀만큼 묵직하지 않다. 무게를 잡는 순간순간 발칙함이 있다. 묘하게 통통 튀는 감각이 다름을 알아채게 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를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는 책 속에 얼마든지 있는 듯하다. <지독한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젊은 게레에게나 나이 든 마리아에게나 통한다. 그 방법과 표현이 다를 뿐 '사랑'으로 관통되는 작품은 왜 '사강'에 열광하는 여성들이 많은지 알 것 같다. 뭔가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강한 끌림이 생긴달까. 로맨틱에 인간의 처절함이 섞이면 왠지 모를 찡함이 있다. 감동과는 묘하게 다른 끌림이다.

  세상에 끌려 살던 게레에게 어느 날 찾아온 <행운>. 어느 살인자가 숨겨둔 보석은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다. 그것은 금전적인 것보다 '사랑'이라는 보석이다. 마리아에게도 보석은 자신에게 찾아든 '환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석이 된다. 갱단 보스의 여인으로 살았던 마리아에게 거친 남자에 대한 로망은 게레에 투영된다. 게레가 가진 보석 때문에 게레에게 강력한 갱단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그런 마리아가 뿜는 욕망의 오라에 게레는 빠져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은 마치 살얼음을 걷는 듯하다. 게레가 순수한 형태로 사랑을 했다면 마리아는 '자신만의 사랑의 형태'를 씌워 바라본다. 마치 진흙이 묻은 보석의 모양이랄까. 게레의 원래 모습이 그날 때마다 외면하는 듯하다. 그리고 보석을 깨끗이 닦아내었을 때처럼 그녀는 그 보석이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방바닥에 떨어트린 보석처럼 말이다.

  하지만 보석은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웠고 그런 형태의 사랑을 게레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그런 보석이 갖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잃기 직전에야 깨닫는 건 로맨스의 클리셰인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게레의 모습과 기다리겠다고 대답하고 마는 마리아의 모습으로 작품은 마침표를 찍는다. 열린 결말이지만 마리아는 혼자 집에 남게 되고 게레가 찔린 것은 비장이다. 바닥에 뒹구는 보석같이 손에 들어온 사랑을 놓쳐버린 마리아의 고독함을 얘기하고 싶었을지도 게레의 기적 같은 회복으로 다시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슬픔으로 마무리하기엔 작가가 너무 정열적인 것 같고 기쁨으로 마무리하기엔 작품이 너무 가벼워져 버린달까. 그래서 작가는 결국 이렇게 맺음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사강이라는 작가는 문장은 이미지화가 잘되는 것 같다. 스토리에 늘어지는 듯할 때에도 리듬만은 경쾌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영원한 젊음으로 기억되는 작가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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