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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에게 남은 시간 (최평순) - 해나무

야곰야곰+책벌레 2023. 11. 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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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라는 평온한 단어는 어느새 '기후 위기'라는 조금은 과격한 단어로 바뀌어 있다. 왜 아직도 '기후 비상'이 되어 있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모두의 이해관계 속에서 꽤나 더딘 걸음을 옮기고 있다. 더 많은 이상 기후가 우리를 덮칠 것이고 더 많은 질병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머리로 계속 상기시켜도 눈앞의 밥벌이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또한 현실이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관심에 대한 이야기는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 중요도는 그 값어치와 함께 시간적으로 얼마나 멀리 있냐가 중요하다. 당장의 오백 원이 일주일 뒤의 오천 원 보다 소중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후 위기라는 것은 피부에 그렇게 심각하게 와닿지 않는다. 여름이 조금 더 길어지고 덮고 비가 많이 오고 그런 거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에서는 그 변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물에 잠기기 시작한 투발루나 몰디브 같은 나라에 비하면 위기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왜 '지구가 아파'라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구는 전혀 아프지 않다. 산소가 없던 시절도 있었고 지구의 온도는 늘 주기적으로 변했다. 빙하는 얼었다가 녹았다가 했다. 그렇게 지구 위의 생물들을 선택했다. 지금의 위기도 지구에게는 그저 긴 세월의 찰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로건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강도야~'하면 다들 창문과 문을 걸어 잠그지만 '불이야~' 하면 모두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슬프게도 그렇다. 지구가 아프다고 하면 누군가 돌봐주겠지라고 생각한다. 집에 불이 났어라고 얘기해야 조금 더 피부에 와닿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기가 늦춰질수록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많은 소비와 편함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만한 지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불편해야 한다. 예전처럼 추우면 내복을 꺼내 입고 더우면 등목 하던 시절을 지났다. 더운데 에어컨 켜지 말고 추운데 보일러 돌리지 말라고 하면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이다. 결국 지구의 온도나 인간의 삶을 보더라도 늦어질수록 멈추기는 더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인간이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멈추면 안 되는 거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그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면 가격은 점차 오르게 된다. 그런 생활에 견디려면 덜 써야 한다. 덜 먹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적당히 생산하고 적당히 소비하려면 결국 개체 수가 줄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코로나 음모설을 만들어냈지만 나 역시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탄소는 바다에 녹아들고 그런 바다는 산성화 된다.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하게 될 것이고 바다의 온도는 점점 올라갈 것이다. 대기의 온도보다 해수의 온도가 더 중요한 이유다. 데워진 바다를 식히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솔직히 늦었다. 그럼에도 노력은 해야 한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든 생존 구역을 건설하든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린 워싱이라도 좋다. 지금은 이슈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정치화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슈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방 소멸'에 대해 외치던 한 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소비자가 환경에 신경을 쓴다는 행동을 보이면 기업과 국가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와의 싸움이 될 듯하다. 100년 전에 전기 자동차가 석유 회사의 로비에 의해 사라지고 수 십 년 전 우리나라에 세제가 필요 없는 세탁기가 세제 회사의 공격에 한국을 떠나듯 그런 싸움이 될 것이다. 그 속에는 서로의 연대와 돌봄이 필요할 것 같다.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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