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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 생각의 힘

야곰야곰+책벌레 2023. 11. 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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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거듭 발전하면서 인권과 평등의 가치는 점차 소중하게 되었다. 그동안 가정에서의 일을 해오던 여성들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점차 가정 밖으로 진출하고 있다. 온건하게 얘기하면 사회 변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급진적으로 얘기하면 여성 해방이라 말할 수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규탄하며 강제로 이를 조정하려고 한다. 과연 그것으로 해결될까? 그것이 항생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마중물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커리어와 가정의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생각의 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두 가지 선택설이 있다. 하나는 자연선택이며 또 하나는 성 선택이다. 둘을 묶어 적자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생존도 해야 하지만 상대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컷은 과격하지만 그것이 우월함이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위한 행동이다. 그 목적이 많음 암컷을 거 늘이기 위함이다. 강한 자가 암컷을 얻는다고 믿어 왔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컷에게 구애하는 것보다 경쟁자를 없애는 편이 더 나은 방법이었을 거다. 그래서 젊은 수컷은 과격하다. 우월한 수컷을 선택하는 암컷에게는 그 싸움의 결과를 기다리는 건 꽤나 편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윈-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그런 일련의 과정이 공동체, 국가를 이루면서 여성을 집안으로 더욱 몰아붙였는지 모를 일이다. 자연에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암컷에 비해 인간은 점점 의존적인 사회 구조로 만들어졌다. 암컷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가정에 더욱 종속되었다. 오래전 활동적이고 성공적인 여성의 대부분은 그런 경제적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경우로는 남편이 여러 이유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여성의 경제 활동은 인정되기도 했다. '여장부'라는 편견적인 단어가 붙었지만 많은 성공을 이룬 결혼한 여성들 중에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어쩔 수 없이 바뀐 경우가 제법 있다. 많은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여성 자체가 능력이 떨어져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편견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변화로 인한 직장의 변화가 주요했다. 피임을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남자 친구와의 약혼반지가 최선의 대책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교사였다. 교사는 육아로 커리어를 멈춰도 얼마든지 다시 이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며느리감이 초등교사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피임과 새로운 직업들은 여성들을 더 넓은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현재 여성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삶이 팍팍해서 맞벌이를 하길 원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차별은 벌써 사라져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여성은 남성을 압도하는 부분이 여럿 보인다. 이것은 나라의 경제의 주축이 여성이어도 괜찮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렇게 평등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현대에도 성공한 여성들 보면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내조를 하는 남편을 둔 경우도 있다. 이 점은 남녀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져도 남녀의 소득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을 얘기하는 구조적인 단서다. 여성은 어느 순간에 커리어 단절을 겪게 되거나 그럴 위험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현대의 여성은 커리어의 성장과 함께 엄마로서의 성공도 이루고 싶어 한다. 이것은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임신의 확률은 확실히 줄어든다.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을 점점 늦추고 있지만 커리어의 평균적인 상승은 직장에서의 중요한 나이 또한 늦어지고 있다. 결국 커리어냐 가정이냐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저자는 모든 것의 원인을 '탐욕적인 일'이라고 얘기한다. 회사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 줄 능력 있는 사람에게 더 큰 보수를 지급한다. 워라밸을 챙기지 않는 쪽이 더 큰 성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에서 부부가 둘 다 밸런스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쪽보다 한쪽이 더 많이 버는 것이 유리함을 만들어낸다. 결국 가정을 보살필 사람이 필요하며 그것이 대체로 여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규모의 돌봄이 사라진 이번 팬데믹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아이를 가정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여성이 집에 남기로 했다. 여성은 커리어의 연결이 어렵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여성의 경제 활동은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다른 부분이 바뀌고 있다. 남성들 또한 "탐욕적인 일"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가족들과의 삶을 더 즐기고 싶어 하고 회사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해 추가 보수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가정을 희생한 아버지들을 좋아했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 휴가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 활동과 보수의 차이는 현상도 원인도 명백하다. 무조건적인 혜택과 강제적인 채용은 오히려 반발 심리만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여성의 대학 졸업률과 성적이 더 좋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커리어를 어떻게 유지시켜 줄 것인지와 남성의 가정에 대한 참여의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가정을 희생시켜 가며 치열하게 덤벼야 할 "탐욕적인 일"을 어떻게 쪼개어 나눌까 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 줄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이 수를 걱정하는 것보다 이미 세상에 있는 사람의 경제 활동을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직도 여성의 경제 활동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고 고령층 또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해결되면 인구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커리어와 가정이 양자택일의 문제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출산율도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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