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검찰, 감사원, 국정원 같이 감찰기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가 바로 언론 길들이기다. 이 시나리오는 늘 우리나라 보수라는 사람들이 집권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진보 인사가 정권을 잡고 보수 언론을 싹 날려버렸으면 좋겠지만 같은 종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기에 늘 코너에 몰려 있는 느낌이다. 이번 정부도 KBS, MBC와 같은 공영방송을 흔들기 시작했다. YTN은 민영화에 돌입시키고 TBS는 수입을 막아버렸다. 노골적이다. 예전 보수 정부들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언론 탄압의 화살은 공영 방송 mbc를 향했다. 140개의 언론이 내보냈지만 그 대상은 mbc였다. 본보기일 수도 있고 그들이 장악하고 싶은 언론이 mbc이기도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난을 겪었던 mbc의 수난사를 적은 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시작은 소고기 파동이었다. 대부분 나라가 20개월 이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었다. 30개월 이하에서도 살코기만 수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위험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 FTA에서 굉장히 좋은 카드로 쓰일 수 있었는데 덜컥 체결했다. 이 속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수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임의로 수입 중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30개월 이상 특정위험부위가 함께 수입되어도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런 사실들은 소 학대 영상, 광우병 영상들 함께 세상을 휩쓸었다.
지지율 10%까지 떨어진 이명박 정부는 바로 mbc를 때렸고 미디어를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그 선봉장이 지금의 방통위원장 이동관이다. KBS의 수신료 징수를 가지고 KBS부터 압박하고 있다. 누가 봐도 치사한 방법이라 어느 진형에서도 쓰질 않는 방법이다.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정권이다.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하며 mbc를 조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사를 항의하러 방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검찰이 일개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 했다. 전형적인 본보기다.
지금은 언론 지형이 많이 변했다. 국내 언론이 정부에 아부하는 뉴스를 내보내도 현장에 있던 개인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해외 언론들의 보도자료를 접할 수 있다. 국내 언론들이 칭찬할 때 해외 언론들은 조롱했다. 해외 언론이 우리를 걱정해 줄 지경이다. 뉴요커는 '우리가 압수수색 당할 거다'라는 농담을 기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쫓겨났다가 mbc 재건에 힘을 쏟는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경험담은 그래서 중요하다. 보도국은 철저하게 신뢰를 바탕으로 보게 된다. 세월호 이후 수많은 기레기가 탄생했다.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mbc는 '엠빙신'이 되어 있었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능처럼 재밌으면 돌아서 보게 되는 게 아니기에 긴 세월이 걸렸다.
그런 mbc를 좌편향되었다고 때린다. 오른쪽 끝에 붙어 있는 조중동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일 대 일로 출현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좌편향된 보수 인사를 패널로 초청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편에서는 보수 세 명에 진보 한 명으로 패널을 구성하기도 한다. 누가 편향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는 게 맞을까? 좌편향된 게 아니라 그만큼 논란거리가 많다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을까? 조국 가족이 검찰에 난도질당하는 동안에도 문제가 많던 장관 후보자들은 논란만 일으키고 사라졌다. 그들의 논란거리가 지방대 표창장 보다 더 심해 보였는데도 말이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적을 만난 뒤 노란 리본을 달고 한 얘기다. 이태원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는데도 놀다 그런 거라 괜찮단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반지하에서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왜 피하지 못했냐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에도 교사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어도 왜 더 참지 못했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뿐이다. 인간의 고통 앞에선 얼마든지 편파적이어도 괜찮다는 교황의 말에 괜히 부끄러운 나라가 되고 만다.
mbc 아니 저널리즘을 지키려 하는 많은 언론은 위기 앞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mbc에 대한 얘기를 넘어 권력이 어떻게 언론을 파고드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썩은 언론에 다시 새싹이 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노력이 필요한지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관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영 방송이 점령당해도 풀뿌리 언론에게서 독립 언론에서 그리고 해외 언론에게서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주는 개인들도 많아졌다. 우리가 관심을 잃지 않는다면 언론에 대한 그들의 횡포가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이런 불행한 일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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