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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 돌베개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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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페이지의 얇은 책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50페이지 남짓하다. 이 책은 93세의 레지스탕스의 말을 글로 옮긴 것이다. 오래 살아 좋은 점이 뭐라고 하면 많은 고난이 지나가도 인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3번의 수용소 생활을 거치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외침은 어떤 젊은이 보다 힘이 넘친다.

  역자는 '분개하라'가 더 맞는 해석이지만 원문에 드러나는 강렬함을 전해지지 않아 '분노하라'라고 정했다고 했다. 이 책에서 분노는 이성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분노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다. 이것은 개인이 자신만의 이유와 동기로 참여와 같다. 무언가에 분노하고 있다면 (그것이 자신만의 가치와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비로소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는 참여하는 투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노는 어떤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려는 의지'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도덕은 타인과 사회가 만들고 개인에게 강요하는 규범이다. 또 윤리라는 것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윤리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발명이며 창조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터를 지킬 수 있고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사회에 순응하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할 수밖에... "라는 각자도생의 행동과 무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세 번의 수용소를 거치면서도 결국 살아낸 그는 자신의 남은 삶을 걸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계인권선언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93세의 노장은 여전히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얘기한다.

"나는 언제나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편에 서 왔다."

  하지만 폭력은 언제나 폭력을 낳기 때문에 저항은 언제나 비폭력 어야 한다. 비폭력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 그다음은 타인의 폭력성향을 정복하는 일이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꼭 지켜야 할 일이다. 참여의 방법은 다양하다. 자신의 메시지를 정당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구나 협회 운동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조합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참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자. 故 김대중 대통령은 답답하면 담벼락에라도 소리 질러라고 했다. 그것이 작은 나비가 되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침묵하지 말고 무관심하지 말자. 그것은 지금의 상태를 묵인, 방조하겠다는 무언의 긍정과 같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거리 두기만으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감정을 거두고 때론 진중하고 때론 발랄하게 자신을 표현하자. 그것이 지금의 시대의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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