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광복을 지나 4.19, 부마항쟁, 6월 항쟁을 통한 처절한 투쟁을 통해 획득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프랑스혁명이나 미국 독립 혁명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힘겨웠던 투쟁은 오늘날 우리에게 산소처럼 남아 있다. 민주주의 그거 좋은 건 알겠는데 뭔진 모르겠어.
민주주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끝없이 진화하는 가운데 지금 우리에 닥친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창비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주공화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민주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사회민주주의는 정말 민주주의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 꽃은 투표라며 인증샷을 개인 SNS에 올려두곤 자신이 마냥 민주주의 수호자인 마냥 자부심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표할 때만 주인 그다음 날부턴 노예라는 우스갯소리가 아프진 않은지 궁금하다. 그만큼 우리는 정치라는 것에 무관심하다. 정치가 쪼개놓은 대한민국은 마치 적을 대하듯 아무 얘기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정치는 소란스러운 것이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시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노림수다.
민주주의는 시대를 거치며 점점 진화해 왔다. 민주주의의 시작은 아테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배제되었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잃은 플라톤은 우둔한 대중의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플라톤의 이런 시각은 시대를 거듭하면서도 유지되었다. 지혜로운 사람이 강하게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보통의 것이었다. 미개한 대중의 잘못된 결정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가난한 소수가 부자의 부를 해체시키는 법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공화정을 이루는 동안에도 과두정치, 귀족정치와 같이 소수가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당시의 국가는 언제 탄생하고 언제 소멸할지 몰랐다. 강한 나라를 위한 강한 군주가 필요했고 민주정은 소란스러운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과도기에 나타난 콩도르세는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대중 정치의 문제점은 오직 인민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는 수많은 교육 사업을 설계해서 보편적인 교육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수학자답게 공도르세의 정리를 발표했는데 유권자가 집단적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올바르게 투표한다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는 나중에 습속이라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개개인을 다그쳐서 도덕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사회적 제도를 통해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런 인간상을 바라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평등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그것은 온건한 평등이었다. 인간의 부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사회는 결국 자연이라는 공동 재화에 빚을 지고 있다고 정의했다. 즉 사회에서 부를 많이 얻은 자가 자연에 빚을 더 많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진세를 주장했다.
부를 모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부가 세대를 거듭하며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심화되는 양극화는 결국 혁명의 씨앗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은 행위다.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보더라도 제국의 흥망성쇠의 마지막에는 항상 불균형과 혁명이 존재했다. 세계의 부호들이 사회 환원에 힘쓰는 것도 사회가 소멸하면 자신의 부도 함께 소멸됨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는 주권과 국가를 나눠 생각했다. 모든 시민에게 주권은 있지만 정치는 정해진 소수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면서 주권은 정치를 포함하게 되었다. 그래서 민치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정치 체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우리는 민치를 하고 있는가? 정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우리가 뽑은 대리인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4년에 하루, 5년에 하루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것도 민주주의며 여러 정치 사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주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답답하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셨다. 자신의 의견을 내어 보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지난 노무현, 이회창 두 대통령 후보의 토론회를 보면 지금의 정치는 쓰레기장 같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고정된 뭔가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며 변한다. 그걸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나라의 시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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