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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김동기) - 아카넷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1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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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알려면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역사의 패권을 쥐었던 제국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또 패망한 것일까? 그곳에는 어떤 특별한 힘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지정학이다. 이 지정학을 정확하게 파악한 나라만이 패권을 거머쥐었다. 시파워를 등에 업고 세상을 평정했던 해가 지지 않은 나라 영국과 제국을 꿈꾸었던 일본도 하트랜드라는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러시아도 그리고 둘을 복합적으로 잘 이용했던 미국도 모두 지정학적 요소를 잘 이용했다. 그리고 지금 내륙 쪽의 안정을 찾은 중국이 넓은 대륙과 인구 그리고 길게 펼쳐진 해안선을 가진 시파워와 랜드파워를 이용해 과거의 영광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런 열강 속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책은 강렬했던 제국의 역사와 그 역사를 정책을 이끈 지정학자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마한의 시파워, 매킨더의 랜드파워,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등이 그러했다. 특히 독일 하우스호퍼의 레벤스라움을 읽고 있으니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읽은 내용들이 반복해서 나와서 '히틀러 역시 눈이 넓네'라고 했는데 그 다음장에 바로 <나의 투쟁>을 언급하며 설명해서 소름 돋았다.

  열강들이 얼마나 지정학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수많은 책들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는지도 몰랐다. 단지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느꼈던 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느끼며 열강들의 전술을 이해할 뿐이었다. 국가는 이기적이다. 모든 정책은 국가의 이해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미국이 왜 일본을 거두었는지 베트남전에서 그렇게 많은 희생을 하고서 베트남과 수교를 하고 서로 잡아먹을 듯했던 중국과는 화해를 하고 도 패권 다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이익을 위한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10장을 위해서 쓰인 책이다. 10장은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설명하는 챕터다. 지정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일을 해왔는지 신뢰를 심은 뒤 바로 10장에서 강력하게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정학적 해석은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첫 번째는 분단의 이유다. 일본은 1944년에 이미 전쟁에서 패할 것을 감지했다. 어떻게 패할 것인지에 대해 궁리한 끝에 소련을 끌어드리기로 한다. 소련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만큼 끌어온 상태에서 전쟁에서 패하면 소련과 미국의 갈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핵폭탄을 맞자마자 항복을 한다. 핵폭탄은 항복의 이유가 아니었다. 일본은 작전대로 지정학적 모형을 만들어 냈다. 오죽하면 핵폭탄을 맞으면서도 전쟁을 끝내주셔 감사합니다라며 환호를 한 사람들도 있을까.

  소련의 세력이 한반도에 닿는 것을 보자 미국은 부랴부랴 한반도로 들어왔다. 그렇게 3.8선으로 나뉘었다. 미국은 전초기지가 필요했고 일본은 그 역할을 했다. 작전대로다. 더욱이 한국전쟁이 일어나 일본은 전에 없던 부흥기를 맞는다. 일본이 전쟁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이 전쟁에서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보통 미 국무장관 에치슨이 방어 라인에 한반도를 넣지 않아 스탈린이 이를 해석하고 김일성에게 허가를 해줬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이를 에치슨 라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엔 다른 이유도 있다. 이때 소련은 다렌 등을 중국에 반환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소련에게 한반도는 지정학적인 매리트가 없게 된다. 그런데 김일성이 전쟁을 일으켜 승리하게 되면 소련는 시파워를 얻을 수 있고 지더라도 코 앞까지 닥친 미국 때문에 중국은 소련 군사를 물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소련에게는 나쁠 것 없는 전쟁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중국과 미국은 수교를 하게 되고 북한은 그런 중국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에게 중국은 더 이상 믿을만한 나라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중국을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이고 긴장감을 높여 미국을 끌어드리기 위함이다.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고 북한은 체제 유지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

  한반도의 평화는 팽팽한 열강의 균형을 무너트린다. 우리나라는 열강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 자체로 균형추다. 중국은 북한을 잃으면 완충지가 사라진다. 일본에 적대적인 한국은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낼 확률이 높다. 위협을 느낀 일본은 무장을 한다. 자체 무장한 일본에게 미국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통일은 미국에겐 영향력 약화를 일본에게는 고립을 중국에게는 무장된 일본을 두려워하게 한다. 그렇기에 통일되어 천연자원을 팔 수 있는 러시아만이 한국 평화에 호의적인 편이다.

  한국이 70년 가까이 분단되어 있는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파워의 균형을 위해서였다. 중국과 미국은 이념과 종교 그리고 민족을 가리지 않고 우군을 만들어 간다. 21세기에 이념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그것으로 시끄럽다.

  한반도는 지금 열강들의 균형을 맞추는 지정학적 힘이 있다. 여기저기 휘둘릴 것인지 휘두를 것인지는 얼마나 높은 외교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열강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한반도는 또 한 번 전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의 국익을 이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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