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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 블랙피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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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기후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구 전체의 문제로 뭉뚱그려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임팩트가 없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의 문제는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문제며 그 원흉은 인간이다. 지구를 이상하고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얼마나 이롭냐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분류한다. 하지만 생태계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인간에게 이롭고 해롭고를 떠나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많은 것이 무너져 내린다. 그 아랫부분을 지지하는 것이 바로 곤충이며 그들의 사정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곤충 +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인섹타겟돈은 곤충 전멸의 경각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우리가 곤충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게 해 준 이 책은 블랙피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몇 달 전 곤충계의 코스모스라고 느껴질 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책 <침묵의 지구>는 더 이상 곤충이 울지 않는 지구를 얘기하고 있었다. 곤충이 없는 곳에는 새도 없다. 지구는 아름다운 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침묵의 지구>의 저자 데이브 굴슨은 이 책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곤충학자들은 심각한 속도로 사라지는 곤충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곤충은 줄었다가 늘었다고 하도 제시한 자료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곤충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에서 발표된 결과는 충분히 경악할만한 수준이었다. 곤충들은 매년 9%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곤충들이 인간에게 발견도 되기 전에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곤충에게는 기후로 인한 환경의 변화도 치명적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이 사용해 온 살충제의 문제가 심각하다. <침묵의 봄> 이후로 DDT가 금지되었지만 인간은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씨앗에 농약을 코팅하여 식물 내에 농약을 머금게 해서 실제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된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실제로 식물로 흡수되는 양은 10%에 불과하고 90%는 땅 속으로 흘러든다고 했다. 그리고 식물에 흡수된 성분은 잎에도 줄기에도 그리고 꽃가루에게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열매에도 있을 거다. 꽃가루를 모아 꿀을 만드는 꿀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들이 먹은 농약은 그들의 면역성을 도와주는 많은 박테리아들을 죽게 만들며 전염병에 약하게 만든다. 벌의 떼죽음은 단순히 전염병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식물이 열매를 맺으려면 수분을 해야 하는데, 이를 대부분 곤충들이 담당하고 있다.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는 몇몇 종을 제외하면 곤충이 사라지면 더 이상 이런 열매는 더 이상 값싸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약품이나 기계에 의한 수분은 곤충의 수분에 비해 효과도 능률도 좋지 않다. 드론 벌이 수정한다고 생각한다면 과일이 얼마나 비싸질지 상상도 되질 않는다. 그렇게 보면 양봉은 또 다른 노동착취 같다. 미국에선 수십만 마리의 벌들이 호두나무 수분을 위해서 장거리 이동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분을 위해 이동한다. 원래 2km 남짓만 이동하는 벌들이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벌들에게도 생태계에도 좋지 않다. 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농약에 노출되며 그들이 가져간 질병이 야생 곤충들에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곤충을 보호하자라는 말이 효과가 잘 생기지 않는 건 곤충이라는 것에 대해 심어진 혐오 때문이다. '벌레만도 못한 놈'처럼 벌레는 꽤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파리나 모기 그리고 바퀴벌레 등을 얘기하면 기겁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벌레에게 수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자동차 앞 유리를 더럽히는 존재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곤충은 기껏해야 꿀벌이나 나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모기는 3500종에 이르지만 인간에 병을 옮기는 모기는 10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모기가 수분에 참여하는 식물도 여럿 있다. 파리가 사라지면 세상은 시체더미가 될지도 모른다. 온갖 똥들이 말라 붙은 채 여기저기에 널려 있을 거다. 그리고 초콜릿이 사라진다. 코코아나무의 수분은 파리종이 하기 때문이다. 식물과 곤충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꿀벌은 대부분의 수분을 담당하고 꿀을 만들어내지만 그들이 수분에 참여하지 않은 식물도 참여할 수 없는 식물도 존재한다. 진동을 이용한 수분은 호박벌이나 벌새 같은 곤충이 필요한 것이다. 꿀벌만을 키우는 것은 생태계를 단순화시키고 야생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꿀벌을 이용한 캠페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세계를 통합하는 일을 해내었지만 생태계에는 치명적인 혼란을 가져오는 첫걸음을 가져왔다. 밸런스 있던 생태계는 일명 '교란종'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이 씌워지기도 한다.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만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종은 곤충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왔고 5번의 대멸종에도 살아남았다. 6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그것을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은 곤충일까? 인간일까?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또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퀴벌레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곤충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기술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릴라 하나를 연구하기 위해 5만 명의 연구자가 몰두하고 있지만 한 명의 연구자가 5만 종의 곤충을 연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곤충을 연구하려 연구 과제를 승인받으려면 그 효용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한 여전히 공감대가 낮고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는 여전히 3500만 종 아니 그 이상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곤충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곤충에게서 백신의 힌트를 얻고 미래 기술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간다. 인간은 자연을 흉내 내면서 진보하고 있다. 

  곤충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곤충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생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수많은 곤충을 보아왔지만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은 개미 정도나 친근할 뿐이다. 곤충에게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그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 살충제에 면역이 생긴 모기가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천적이 사라진 들판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해충들은 또 어떤 살충제로 막아내려는 것인지. 자연을 파괴하며 발전한 인간이 자신마저 파괴하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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