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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마틴 푸크너) - 어크로스

야곰야곰+책벌레 2024. 3. 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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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발전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며 기술하는 많은 역사서가 있는가 하면 세계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하는 책 또한 존재한다. 역사는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데 꽤나 중요하다. 공동체나 민족은 또 다른 민족과 섞이며 새로운 민족이 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고유함을 띄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것은 더 이상 고유하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그것은 고유한 문화가 된다. 

  국경의 분류보다 더 복잡하고 더 쉽게 섞여 버리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어크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문화라는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렇다고 그 고유한 문화가 순수한 문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선조가 통상적으로 사용했던 문화가 고유문화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가능할지도) 현재의 우리의 입장에서는 통합된 하나의 사회의 문화이기 때문에 예전에 서로 칼을 겨눌고 있던 두 나라의 문화 모두가 우리의 문화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는 국경과 달라서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된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매일매일 이슈나 트렌드가 변한다. 지역적인 이슈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일에 더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지구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문화는 서로 만나 영향을 주고받거나 배척되거나 새롭게 탄생하거나 한다.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고 애써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한류라고 불리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닌 문화를 뭉쳐 우리의 것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K-POP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 속에 국악을 찾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볼 때 문화는 세상과 단절되어 보존되었을 때 우리가 인식하기 쉽다. 문화라는 것은 늘 옛것을 지우고 그 자리에 새것을 쓰기 때문이다. 동굴 속에 그려진 벽화의 동굴 입구의 붕괴와 같은 건 문화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의미 있다.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그렇다. 어느 지점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단절된 부분이 필요한 것이다.

  책은 보통 역사서들이 주목하지 않은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자주 접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그런지 쉽게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웠다. 한번 읽고 싶었던 <배갯머리 서책>이나 <겐지 이야기>까지 언급할진 몰랐다. 유럽의 역사보다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조금 생소했는지도 모르겠다.

  본문에 일본 관련 얘기가 많아서 여전히 서양에게 연구된 동아시아 문화는 일본이구나 싶었지만 에필로그에서 KPOP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작가가 한국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약간 섭섭한 부분이 사라졌달까). 

  쇼베동굴의 벽화부터 나이지리아 독립에 관한 이야기까지. 재미난 여행을 하는 듯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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