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그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단어는 여기저기 참 많이 쓰이지만 실상 그 정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자신들만의 잣대로 인권을 강조하기도 무시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 증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자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에서 설립되었다. 여러 세월 동안 인권위는 국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다루기도 했지만 별스러운 것까지 다룬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원회 상임이사를 맡았던 저자의 기록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헤윰터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무언지 설명하라고 하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와 권리를 얘기할 수 있다. 인권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근거의 자연에 의한 건지 법률에 의한 건지에 따라 이견이 생긴다. 그래서 인권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생명권,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으로 분류되는 인권이라는 것은 그 시작부터 어렵다.
인권 자체도 어려운데 인권에 대한 판단 및 설명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이 책은 쉽지 않다. 인권위 활동을 했던 저자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에 펼쳤던 책이 꽤 무겁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꽤나 묵직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해석을 담은 전문은 더더욱 어렵다. 정말 기록 그 자체다. 인권을 공부하는 사람이 읽어야 도움이 될 듯 한 글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풀어놓은 일기 같은 글도 있고 기본적인 전개는 에세이와 다르지 않지만 내용의 묵직함을 상쇄시킬 수가 없다. 하지만 인권위에서 일어난 일이 세상에 드러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자의 자의적 해석을 품은 글로 가볍게 마주하는 것 외에는 기회가 잘 없다. 이렇게 길게 만날 수 있는 일은 드물기에 책의 존재의 이유는 확실한 듯하다.
우리나라 많은 기관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인권위원회와 같은 조직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추천받아 임명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인권이라는 것이 정치색이 물들면 안 될 듯하다는 느낌일까 (조직에 정치색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려웠지만 한 번쯤 펴보는 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읽고 나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네 정도는 남아 있다. 내가 아무렇지 살고 있다고 해서 사회가 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 경우의 수가 나에게 닿지 않았다고 해서 관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확률은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읽는다면 이 또한 나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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