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글쓰기 공부

우리글 바로 쓰기 #4(이오덕) - 한길사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27. 21:06
반응형

  우리말에서는 토씨 '의'를 잘 안 쓴다. 하지만 일본말의 'の'는 가장 많이 쓰는 것 중에 하나다. 단지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말의 짜임과 일본말의 짜임이 그 바탕부터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 집으로 간다. (우리의 집으로 간다. 私の家)
  이건 아버지 모자다. (이건 아버지의 모자이다. お父さんの帽子)

  일본말은 'の'를 꼭 써야 한다. 

  昨日私は私の家の裏の私の家の畑の私の家の桃をとってたべました。
  어제 나는 나의 집의 뒤의 나의 집의 밭의 나의 집의 복숭아를 따먹었습니다.

이 말에서 어느 하나의 'の'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건 도무지 우리로서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나는 어제 우리 집 뒤에 있는 우리 밭 복숭아를 따먹었습니다.

  그럼 우리말에는 왜 토시 '의'가 잘 안 쓰일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는 발음이 아주 쉽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우리말에서는 토씨 '의'가 흔히 생략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노래도 우리말로 된 것이 아니다. "내가 살던 고향"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흔히 부르고 있는 이 노래를 고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동 문학에서의 우리말은 더욱 세심하게 쓰여야 할 것이다.

  - 서로의(서로) 신이 되자는 약속
  - 나의(내가) 첫 번째 존경하는 분
  - 내 집은 만민의(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다.
  - 그 자신이 스스로의(스스로) 이름을 천형식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 국민 모두의(모두) 위대한 승리
  - 한국의(한국) 최초의 신부이며 선각자이신 김대건 신부

와의, 과의

이것은 일본말 'との'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 남한의 집권자와의 대화도 표명하고 있다 (집권자와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 금성 그룹과의 굴욕적인 합작현상을.. (금성 그룹과 굴욕적으로 하는)
  - 조교수가 기업주와의 면담에서.. (기업주와 면담해서)

에의

이것은 일본말 'への'를 그대로 옮긴 말이다.

  자유에의 교육 (자유에 이르는 교육, 자유의 교육, 자유를 위한 교육)
  아동문학에의 초대 (아동문학에 초대합니다)
  아름다움에의 약속입니다(아름다움을 약속합니다)

  - 연기에의(연기에 대한) 집념
  - 서울 올림픽에의(올림픽에 대한) 기대
  - 유토피아에의(유토피아에 대한) 갈망..
  - 그의 불타는 작곡에의(작곡에 대한) 열망은.. 

중략

보다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이럴 때 쓰는 보다란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에서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졌다"든지, "앞산보다 뒷산이 더 높다"라고 할 때 쓴다. 어찌씨(부사)로는 쓰이지 않는다. "보다 용기를 내어서" 이런 말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더 힘내라"라고 한다.

보다는 우리나라 사전에서도 일부 인정하고 있지만 그 어원을 설명해놓지는 않은 듯하다. 보다는 영어의 more를 일본이 채용했고 그것을 우리말로 스며든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쓰면 어떤가의 문제를 넘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는 어쩌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를 보다(더)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 이밖에 보다(더) 장기적인 국제적 보증에 대해서도 검토할 수 있다.
  - 보다(더) 높은 학습효과 기대

 

반응형